
포인트는 그의 포지션에 있다. 이승철은 1986년에 데뷔해 약 3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타공인’ 정상급 가수가 됐다. 영향력 있는 공인이 된 셈. 그는 여기서 비롯되는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승철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배 가수인 조용필을 언급했다. 그는 “민족의 한을 대변하는 노래 ‘한오백년’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조용필’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가수로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위치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독도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통일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상기시키는 메신저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1일, 이승철의 ‘정의감’을 더욱 불타오르게 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가 관광차 일본 갔다가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 것. 일본 공항은 1991년 있었던 이승철의 대마초 사건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승철은 이후에도 수십 차례 일본을 드나들었기에 납득할 수 없었다. 독도에서 펼친 퍼포먼스 때문임을 직감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며칠 뒤 음원 ‘그날에’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 곡은 이승철이 탈북청년들과 독도에서 부른 노래. 사실 그는 이 사건에 앞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통일을 염원하는 비밀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탈북청년들과 함께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UN사무국, 독도 등을 찾아 ‘그날에’를 불렀다.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내년 1월 8일과 9일 KBS1를 통해 방송될 예정. 음원 또한 함께 공개될 계획이었지만 ‘입국 거부 사건’이 터지자 이승철은 이를 바로 선공개 했다.
그는 이 곡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꿈과 염원이 담긴 곡이기 때문. 이승철은 “이 노래가 한국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같은 곡이 됐으면 좋겠다”며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버전을 개발하면서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의 반응도 뜨겁다. 노래로 국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입국 거부 사건’과 음원 ‘그날에’가 발표된 이후 독도지원센터가 다시 추진됐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내년 이승철은 데뷔 30주년을 기념,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돌며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가수로서 새로운 길을 본 것 같다”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날에’는 ‘위 아 더 월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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