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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넘어선 지식인의 초상, 헐버트

"나는 웨스트민스터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다." - 호머 비즐리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헐버트, 그는 판세가 기울어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화진 언덕에 서면 강바람을 타고 찬양 소리가 낮게 번져 온다.​ 호머 헐버트의 묘 앞에 기도를 시작하던 순간, 나는 이유를 다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움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말보다 눈물이 먼저 흘렀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생애가 남긴 무게가 살아 있는 자의 어깨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감각이었다. ​ 그는 하나의 이름으로 다 담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 조선 최초의 근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교육자였고, 『사민필지』를 펴낸 한글 학자였으며, 일곱 개 언어를 구사한 언어학자였다. 러일전쟁을 취재해 세계에 타전한 언론인이었고,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암살의 공포 속에 있던 고종의 침전을 권총을 품고 지키며 경호를 자청한 인물이기도 했다. ​ 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한제국의 특사 역할을 수행하며 열강의 문을 두드렸고, 헤이그 특사 파견 과정에서도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조선의 백성 편에서 감당한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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