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6.04.23 (목)

  • 맑음강릉 16.5℃
  • 구름많음서울 22.4℃
  • 구름많음인천 21.4℃
  • 구름많음수원 21.6℃
  • 흐림청주 22.4℃
  • 구름많음대전 22.8℃
  • 구름많음대구 20.0℃
  • 구름많음전주 22.9℃
  • 흐림울산 17.1℃
  • 흐림창원 19.2℃
  • 구름많음광주 22.8℃
  • 흐림부산 16.0℃
  • 흐림여수 17.6℃
  • 흐림제주 15.7℃
  • 맑음양평 21.2℃
  • 구름많음천안 21.2℃
  • 흐림경주시 16.3℃
기상청 제공

이슈·분석

휴전 속의 폭격, 협상 속의 엇박자 , 미국과 이스라엘, 같은 편인가 다른 편인가

 

데일리연합 (SNSJTV) 정상규 기자 |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2차 대면 협상이 열린다. 1983년 종전 협상 이후 43년 만에 재개된 직접 대화다. 그러나 바로 그 협상 전날인 22일,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레바논 남부를 또다시 공습해 기자 아말 칼릴을 포함한 최소 5명을 숨지게 했다.

 

레바논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 드론이 부상당한 기자를 구조하려던 구조대원에게까지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테이블을 차려놓고 그 전날 폭격을 퍼붓는 이 장면은 지금 이 전쟁 구도의 본질을 압축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같은 편이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다.

 

사태의 출발점을 되짚어야 이 엇박자의 뿌리가 보인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지휘부를 향해 전격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3월 2일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재개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상군 투입과 베이루트 재폭격으로 응수하며 '2026년 레바논 전쟁'이 불붙었다.

 

미국-이란 전쟁과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이 사실상 하나의 전장으로 합쳐진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 목표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통한 외교적 출구를 모색해왔다.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2차 협상을 진행하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포기를 조건으로 평화 협정 체결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미-이란 협상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레바논 전쟁의 종식'을 내걸자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란은 레바논 전쟁과 미-이란 종전 협상을 연결된 패키지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폭격을 멈추지 않는 한 이란도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에 분노하며 협상 불참 가능성을 미국에 수차례 내비쳤다. 스티븐 헤이데만 스미스 칼리지 중동학 석좌교수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고집하면서 미국-이란 간 협상 트랙과 휴전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네타냐후를 압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CNN은 이스라엘이 레바논과의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 직전, 트럼프와 네타냐후 사이에 "긴장된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레바논과의 휴전을 선언할 것을 우려해 협상 개시를 먼저 선언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중재로 4월 17일 10일 휴전이 발효됐지만, 이스라엘은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고 레바논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휴전 발효 이후 200건이 넘는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이 있었다고 헤즈볼라는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카츠는 "레바논 작전의 핵심 목표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휴전이라는 이름 아래 공습이 계속되는 '이름뿐인 휴전'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 엇박자는 전략 목표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입장에서 전쟁의 조기 종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성과가 될 수 있다.

 

반면 네타냐후가 원하는 것은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장해제와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의 영구 확보다. 두 목표는 연결돼 있지만 우선순위가 다르고, 이 간극이 협상의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즉각 철군과 군사작전 중단을 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에서 군대를 철수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협상 자체가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시블리 텔하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란과 미국 간 합의 없이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협상이 결실을 맺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미-이란 협상이 붕괴되면 이스라엘-레바논 협상도 틀림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2일 레바논 공습으로 기자가 사망한 사건은 이 충돌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3월 이후 레바논에서 언론인이 살해된 것만 8명에 달한다. 드론이 부상 기자를 구조하려는 구조대원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레바논 군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영토적 야욕을 버려야 한다"고 직접 발언했고,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이 자국민에게 "항공편 이용이 가능할 때 레바논을 떠나라"고 촉구한 것 자체가 그 안보 상황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동맹국이 만든 위기 속에서 미국이 자국민에게 피신을 권고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워싱턴 협상이 열리더라도 레바논 측이 요구하는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이 고집하는 헤즈볼라 무장해제 사이의 간극은 하루아침에 좁혀지지 않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과 단독으로 협상하는 것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상, 레바논 정부가 합의한 어떤 협정도 지상의 교전을 완전히 멈추게 하기 어렵다. 10일 휴전이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은 이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금 이 전장에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의 시계, 이스라엘-레바논 평화 협상의 시계, 그리고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군사 작전의 시계다. 세 시계는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동맹의 이름 아래 미국과 이스라엘은 같은 진영에 있지만, 전쟁의 끝을 상상하는 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베이루트의 밤하늘을 가르는 이스라엘 드론이 워싱턴의 협상 테이블을 흔드는 한, 이 엇박자는 계속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SNS TV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