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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의 병 개인 문제가 아니다

정부 국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한국 정신건강 정책의 현재와 과제

 

데일리연합 (SNSJTV) 김용두 기자 | 한국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취약성이나 일시적 감정 문제로 치부되지 않고 있다. 고용 불안 주거 부담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되면서 정신건강 악화가 구조적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도 정신건강을 복지의 하위 영역이 아닌 국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성 저하 사회 안전망 약화 의료 및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같은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공식 통계가 보여준 분명한 경고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률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역시 같은 통계를 근거로 자살 사망자 수와 사망률을 공개하며 국가 차원의 대응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수치를 단순한 통계가 아닌 정책 전환의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신건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현행 법률에 명시돼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질환 예방 치료 재활 사회적응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신건강 정책이 선택이 아닌 법적 책무임을 분명히 한 조항이다.

 

이 법은 또한 국가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여 정신건강 정책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즉 국회가 예산과 제도 설계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경우 법률이 요구하는 국가 운영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정부는 최근 자살 예방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범정부 합동으로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수립하고 위기 대응 체계 강화와 자살 예방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위기 대응센터 확대와 현장 개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위기 대응만으로는 정신건강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는 진화할 수 있지만 위기를 낳는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은 예방과 회복 지역사회 연계를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바우처 방식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안내했다. 이는 심리상담을 개인의 선택적 소비가 아닌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 이용권 관리 체계와 연동돼 운영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심리상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리 기준과 품질 통제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심리상담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정신건강 정책에서 중요한 점은 세대별 위험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청년과 중장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동일한 원인에서 발생하지 않으며 정책 설계 역시 달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소년과 청년층의 경우 관계 단절 학업 실패 취업 불안 등으로 인한 급격한 정서 악화가 주요 특징으로 지목된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등 공식 지표에서도 자살 생각과 정서적 불안이 중요한 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이 연령대에서는 낙인 없는 초기 상담 접근 학교와 지역의 연계 위기 신호의 조기 포착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반면 중장년층은 경제적 압박과 가족 돌봄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이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활용되는 우울감 경험률 지표는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 경우 단기 상담보다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보건 복지 고용 금융 서비스가 연계되는 전달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건강 정책 확대는 산업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멘탈헬스 심리상담 플랫폼 기업 대상 프로그램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분야를 단순한 신산업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은 공공 인프라의 성격이 강한 영역이며 국가의 구매 구조와 규제 품질 관리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우처 제도는 민간 서비스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서비스 품질과 윤리 기준을 국가가 관리해야 할 책임을 동반한다. 공식 통계와 공공 데이터는 어떤 계층과 지역에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정책의 지도 역할을 하게 된다.

 

정신건강 산업의 성패는 수익성보다 공공성과 신뢰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인프라로서의 기준이 확립되지 않을 경우 시장 확대는 오히려 취약계층에 위험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의 최종 승부는 현장에서 갈린다. 정부의 전략 국회의 입법 예산 편성만으로 국민의 삶이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신건강 정책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자살 예방과 위기 대응 인프라가 실제로 확대되는지 바우처 제도가 접근성만 높이고 품질은 훼손하지 않는지 청년과 중장년의 다른 위험 구조를 정책이 구분해 반영하는지 법률이 규정한 국가의 책무가 캠페인이 아닌 제도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다.

 

마음의 병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해결된 사례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이나 공감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을 구조화하는 정책이다. 정부와 국회가 통계가 던진 경고를 생활의 변화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그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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