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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M

세월호 트라우마와 심리치료


▲ 김동민 전주대 예술심리치료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트라우마(trauma)’란 전문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트라우마 경험자들을 위한 심리치료적 중재의 필요와 효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소위 트라우마를 다루는 심리치료가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된 예는 2차 세계대전에서였다. 오랜 전쟁의 참혹한 현실에서 생존해 귀환한 미국 참전 군인들이 극도의 불안, 우울, 분노 등 다양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폭력, 자살, 알코올 중독 등의 행동문제를 나타내자 이에 대한 심리적 중재를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 파병되었던 군인들뿐 아니라 911 사태 생존자와 목격자, 그리고 이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 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료적 중재가 활발하고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정신적 외상 또는 충격을 말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어려움들은 어느 정도 공유될 수도 있으나 개인의 특성(trait)이나 회복력(self-resilience) 등에 따라 그 양상과 정도가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

즉, 어떠한 집단이 동일한 트라우마 경험을 했다고 해서 집단원 모두가 동일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에 대한 심리치료적 중재는 각 개인에 따라 고유화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와 관련한 심리치료적 중재는 트라우마 경험 후에 발생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대한 중재를 의미해왔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다루는 심리치료는 인-트라우마(in-trauma) 중재과 포스트-트라우마(post-trauma) 중재 두 가지로 나눠져야 한다.

인-트라우마 중재는 글자 그대로 트라우마를 한창 경험하는 동안의 심리치료이고, 포스트-트라우마 중재는 트라우마 경험이 어느 정도 종료된 시점에서의 심리치료를 의미한다. 즉, 트라우마가 발생하고 있는 과정이나 직후에는 즉각적인 인-트라우마 중재를, 트라우마가 발생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하는 내재적, 외현적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포스트-트라우마 중재가 적절하다.

인-트라우마 중재와 포스트-트라우마 중재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인-트라우마 중재의 주요 방법은 경청과 공감이어야 한다. 많은 언어적 중재도 필요 없다. 오히려 치료자의 섣부른 질문이나 위로의 말은 약이 아닌 독이 되기 쉽다. 그저 같이 있어주고,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든 공감하며 경청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무조건적인 경청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인-트라우마 심리치료가 충분하고도 적절히 진행된 후에야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행동적 어려움 극복을 목적으로 하는 포스트-트라우마 심리치료가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 조사나 책임자 처벌 등이 완료되지 못하고 생존자 가족들이 단식 투쟁을 불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 및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트라우마 경험 중인 상태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위한 심리치료는 트라우마 극복을 목적으로 하는 포스트-트라우마 중재보다는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한 두려움, 우울, 분노, 죄책감 등에 대한 충분한 경청과 공감경험이 목적이 되는 인-트라우마 중재여야 한다.

더욱이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한 트라우마는 심리치료 제공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철저한 원인규명, 책임자 처벌 등과 같은 재발방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노력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적 중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심리치료 제공과 더불어 사건발생과 구조지연의 이유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도 세월호 트라우마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치료적 중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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