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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M

임흥세 감독 "아프리카 스포츠 교류는 한국의 희망"


▲ 27일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 겸 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저개발 국가와의
스포츠 교류를 통해 인적자원을 개발하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정치인이나 재능 많은 젊은이가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를 바라보고,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길을 여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10년을 거주하며 '스포츠 전도사'라는 애칭을 얻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 겸 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말라리아에 걸리고 도마뱀 잡아 구워 먹다 위암까지 걸리는 등 죽을 고비 숱하게 넘겼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처절한 몸부림으로 구사일생(九死一生)하는 '미래의 꿈나무'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아프리카를 쉽사리 떠날 수 없다. 아프리카를 넘어 중동 지역에도 평등과 평화의 울림을 전할 축구대회를 계획 중인 임흥세 감독을 만나 국가 간 스포츠 교류의 선봉자 길의 과정을 되짚어 봤다.

다음은 임흥세 감독과의 일문일답.

-아프리카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사연은.

"처음에는 이태석 신부가 있던 남수단 북서부에 있는 '톤즈'라는 도시에서 1년 동안 어린이들한테 축구를 가르쳤는데 남수단 전역에 소문나면서 현지 축구 발전을 위해 대표팀 감독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앞서 제가 한국축구협회에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긴 것도 남수단이 한국축구를 모델로 삼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죠. 근데 남아공에서 이미 7년간 축구선교사로 봉사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오지에서 축구를 가르치고 있었고, 위암에 걸려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수단은 전쟁 중에 수많은 목숨을 잃어 18세 미만이 어린이 인구의 80%에 달해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사명일 거란 생각이 들어 그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남수단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가장 큰 변화는.

“남수단 축구대표팀을 감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가 선수들의 눈빛이에요. 선수들은 남수단 기온이 보통 40~50도인 데다 교육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최신식 영상기기로 자신이 축구시합을 하는 모습을 보는 등 비교적 선진화되고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받으면서 눈에 의지가 샘솟는 게 훤히 보였습니다. 선수들이 이전까지는 TV로 유럽 프리미엄 선수들이 뛰는 것만 보다가 자신들의 모습을 보니 깜짝 놀라 했고, 이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니 교육 효과가 굉장했습니다. 남수단 축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는데 지난 5월에 모잠비크에서 0대0으로 사상 처음으로 비기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5위에서 185위로 올랐어요. 당시 피파에서 인정해주지 않아 축구장도 없었고, 전쟁으로 위기 속에 있었던 젊은이들에겐 하나의 희망이 된 겁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남수단은 어떻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식회원이 됐나.

"남수단은 그 지역의 국내올림픽위원회(NOC)에 운동 종목 5개를 등록해야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정식회원이 될 수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제가 무작정 한국에 와서 탁구선수 출신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 의원은 5분 만에 승낙했고, 자기 개인이 도와주는 것보다 국익을 위해 한국과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남수단을 위해 우리나라 체육진흥공단을 통해 기초용품을 후원하고 5개의 운동 종목을 등록해줬습니다. 이건 아무 희망이 없던 곳에 단비를 내려준 것과 같기 때문에 남수단은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7월 9일에 올림픽창립기념행사를 함께 하지고 제안했고, 이날 이 의원과 제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현장에서 올림픽기와 오륜기, 남수단기, 태극기가 올라자는 걸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였어요. 이 의원은 이번 일로 스포츠인으로서 스포츠를 통한 외교활동이라는 큰 역사적 창조를 했고, 저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게 됐습니다. 또 이게 바탕이 돼 저는 남수단의 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돼서 이 국가에서 '2016 브라질 올림픽'에 한 종목이라도 출전하는 목표를 가지고 그 방법을 물색 중이에요. 종목은 태권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실내에서 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현재 현지에 체육관을 짓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대하는 한국의 자세는.

"한국은 게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 54개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비록 한빛부대가 현지에서 재건사업을 하고 있지만, 저개발국가에 스포츠와 관련된 물품과 재능을 기부해 인력을 키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원을 얻을 거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도 안 되는데 세계 스포츠 강국에 들어가 있는 사실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놀랍니다. 어떻게 그 좁은 땅덩어리에서 경제부국은 물론, 스포츠가 다양하게 발달해 세계 올림픽 10위 안에 들어가느냐면서요. 아프리카가 한국의 스포츠를 선망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은퇴한 선수들을 지도자로 파견하면 중국과 일본이 수조원을 투자해서 하는 걸 쉽게 접근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프리카에서 10년 머물면서 느낀 것은 자원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엔 자원이 없다는 겁니다. 중국은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투자하는데 말이죠. 한국의 스포츠가 아프리카인들을 육성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 문화와 경제적인 교류까지 이뤄낼 거라 믿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시리아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남수단, 한국 등 4개국의 '평화축구'를 하는 것이 꿈이에요. 올 연말에 시리아 요르단에 들어가서 12세 대상인 평화축구대회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겁니다. 그리고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재능 많은 젊은이가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꿈을 가질 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길을 여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한국 축구의 현주소는.

"지난 2002년은 꿈이었고, 2014년은 현실입니다. 개구리가 더 높이 뛰기 위해서 더 움츠리는 것처럼 '2002 한일월드컵' 끝나고 국민은 한국 축구를 8강, 4강의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현실은 꿈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승리하기 위해 2조원 들어 '10년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독일 같은 세계 축구 강국도 그렇게 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도를 겨우 1년 맡았고, 월드컵 기간 때 감독이 3번이나 바뀌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한국 대표팀이 8강, 4강에 진출하는 걸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또한 축구장에 가면 관중이 없는 한국에서 축구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어요. 동남아에도 축구장 관중석이 꽉꽉 차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처럼 축구 관중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 축구는 다시 새로운 마음, 계획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한국 축구는 10년, 20년을 바라보고 지도자들을 잘 훈련해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아시아를 제패한 뒤 독일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성적이 나빴던 것이 홍명보 감독 개인의 탓이 아니지만, 통화하는 게 마음에 부담이 갈 것 같아서 전화를 못 하고 있어요. 축구 제자인 홍 감독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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