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김대영 기자 | 대한민국 대표 게임기업 넥슨이 중국 IT 공룡 텐센트에 인수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창업자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과 텐센트 간 접촉설이 나왔지만, 넥슨과 지주사 NXC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화 주권’ 상실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넥슨은 1994년 김정주 창업자가 설립한 이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장수 온라인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는 글로벌 흥행작으로 성장했다. 넥슨은 현재 약 1만 명 이상을 고용하며 2023년 기준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한 거대 기업이다.
그런 넥슨이 매각설에 휩싸인 가장 큰 이유는 상속세 부담이다. 김정주 회장의 사망 이후 수조 원대에 이르는 상속세가 부과되며, 유족 측이 지분을 정리해야 할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살리기보다 세금을 먼저 내야 하는 현실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넥슨이 속한 게임 산업은 단순한 소비 산업이 아니다. 2023년 기준 게임은 76억 달러 이상 수출되며 전체 콘텐츠 수출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화장품, 가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런 기업이 해외로 매각될 경우, 단순한 경영권 이전을 넘어 한국 문화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온다.
텐센트는 메신저 QQ와 위챗으로 중국 IT 시장을 평정한 뒤,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손을 뻗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확보하며 카카오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게임 업계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슈퍼셀, 에픽게임즈에도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넥슨 역시 텐센트의 ‘타깃’ 중 하나로 거론되며, 업계는 이를 **‘차이니즈 인베이전(Chinese Invasion)’**으로 보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이 영국 밴드의 물결에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명명했듯, 지금의 콘텐츠 산업에서는 텐센트를 중심으로 한 자본 침투가 유사한 파급력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라이엇게임즈 사례에서 보듯 텐센트가 피인수 기업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긍정론도 있다. 하지만 넥슨은 단순한 민간 게임사가 아니라 한국 게임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이다. 외국 자본에 의한 인수가 자칫 국내 개발 생태계와 IP 주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정부는 게임을 중독 유발 요소로 간주하며 질병코드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게임을 문화·산업적 자산으로 키워가는 흐름과 역행하는 시도다.
게임은 단지 오락이 아니라, 청년 고용, 기술 투자, 콘텐츠 수출을 이끄는 핵심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부정적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넥슨 매각설은 결국 이 같은 산업 홀대와 왜곡된 사회 인식이 만든 구조적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제는 게임을 병이 아닌 문화로 바라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넥슨 하나의 문제를 넘어, 한국 문화산업 전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