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기획자 1세대인 남정숙 교수는 "예술을 문화나 경제 등 이분법적 논리로 나누면 안 된다.
이제는 상품도 이성과 감성을 같이 끌어내야 팔리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몸과 마음이 살찌는 가을이다. 곳간에 가득히 쌓인 곡식으로 배가 부르고, 파란 하늘을 채우듯 온갖 문화공연이 가득해 마음까지 포근하다.
가을에 마련된 다양한 문화행사 중 다음달 1일 서울 종로 낙산공원과 이화마을에서 개최되는 '낙산발광가면 페스티벌'이 눈에 띈다.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대신 대학로 연극인들과 이화동 주민들이 모여 문화공간을 만들었다는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기획자 1세대인 남정숙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올해 처음으로 기획된 낙산발광가면 페스티벌은 관람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공연이 아니라 참가자와 주최 측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가면만 챙겨 가면 된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행사 1부는 어린이 대상이고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3부는 성인 대상 19금이 특징이에요. 대학로에 놀러오는 20대 커플들을 타깃으로 삼아 드레스코드도 섹시로 제한했어요. 평소 자신이 지켜야 하는 모습은 던져버리고 가면을 통해 해소되지 못했던 욕망이나 스트레스를 분출시키는 거죠."
행사명 '발광'은 자신을 가두던 틀에서 벗어나 미치게 놀아보자는 '발광(發狂)'과 사회 구성원이었던 사람들이 참된 자신의 모습으로 빛을 발산하는 '발광(發光)'이란 의미를 모두 내포한다.
30년간 문화예술경영과 기획에 종사하고 대기업 문화경영컨설팅, 수원화성재단 공동설립위 등을 맡았던 성균관대학교 문화융합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남정숙 교수는 소중한 우리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대학로 연극인들을 모아 행사를 추진했다.
"화려하고 떠들썩한 대학로를 벗어나면 어르신들의 터전인 달동네가 나와요. 역사적으로 중산층 문인들의 고급 놀이터이자 비단 염색 전문지였던 이화동과 낙산이 무분별한 도시 계획으로 인해 재개발될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화동주민협의회와 연극인들이 우리네 골목을 되살리고자 재능을 기부하기로 했어요."
행사는 두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낙산공원에서는 할로윈데이에 맞춰 주말인 11월1일 한국판 할로윈데이 파티가 열리고, 이화마을에서는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되는 색다른 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낙산공원이 동적인 무대라면 이화마을은 정적인 박물관입니다. 이화마을에서는 쌈지공원 콘서트, 수묵ㆍ연필화 전시회, 캘리그라피 체험 등과 더불어 이화동 할머니 손맛이 들어간 파전과 막걸리를 먹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돼 있어요. 역사와 삶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인 거죠."
남 교수는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산업에 대해 게임ㆍ애니메이션 분야는 지원하면서 시나리오ㆍ희곡 같이 게임과 매개해야 할 분야는 지원이 더딘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술을 문화 혹은 경제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나눠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옛날에는 기업에 가서 예술 얘기하면 무슨 관련이 있냐며 화부터 냈지만, 지금은 기업 내 인사조직도 문화와 예술을 통해 교육시키는 추세예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IT나 의학 등 분리해서 접근할 게 아니라 예술과 의학, 문화와 산업 등을 접목시켜서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상품 시장도 이성과 감성을 같이 끌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랑 같은 이치죠."
유네스코 중장기 발전, 예술의전당 중장기 발전 등에 참여한 몇 안 되는 여성 축제기획 감독인 그는 지방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 콘텐츠 개발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전라남도 나주시의 경우에도 혁신도시 정책으로 인해 중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이주한다는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이란 분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일 준비가 미흡합니다. 앞으로 분야별 전문가와 기획자를 육성해 지방의 중장기 발전과 축제, 문화 관련 다양성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젊은 문화기획 협동조합과 ㈜인터컬쳐가 주관한 '낙산발광가면 페스티벌'은 서울 종로 낙산공원과 이화마을에서 다음달 1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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