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5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ㆍEU(
유럽연합) FTA(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격돌했다.
FTA 후속 대책을 보고받은 뒤
유기준(한나라당) 소위위원장이 비준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쥐면서 이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간사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봉을 빼앗았고, 회의를 지켜보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유 위원장 옆으로 다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며 실력 저지에 나섰다.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유 위원장은 "찬성하는 의원들은 일어나세요"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국
김충환 의원은 일어나 찬성을 표시했고, 민주당 김동철 신낙균 의원은 반대했다.
기립표결 선언 시 잠시 일어났던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저는 기권합니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과반이 되려면 `4명'이 필요한 만큼 홍 의원이 가결ㆍ부결을 가르는 상황이었다.
찬성을 위해 일어섰던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유 위원장은 홍 의원을 `찬성표'로 간주,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고 두 차례 외쳤다. 하지만 김동철 의원은 "홍 의원은 앉아있었다"며 부결이라고 맞섰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ㆍEU FTA를 지지하지만 물리력을 동원한 안건 처리에 동참하지 않고자 기권을 선언했다고 밝히고, 논란이 된 자신의 기립 행위에 대해 "퇴장하려고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홍 의원은 유 위원장으로부터 소위 위원에서 물러나 달라는 뜻을 전달받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결ㆍ부결 논란은 오후 2시4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이어졌다. 외통위는 여야 간 팽팽한 논쟁 속에 오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FTA 비준안을 심의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산회했다.
특히 이날 소위에서의 기립표결 직후에는 민노당 강기갑 의원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말싸움 과정에서 김 본부장이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십시오"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강 의원은 "무슨 소리하고 있느냐"며 "당신은 공부를 잘하는 양반이 돼서 이렇게 불일치,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냐"고 반문한 뒤 "그따위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격노했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말씀 조심하십시오"라며 버럭 소리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유례없는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의 `공개 말싸움'이 격해지자 주변의 만류로 김 본부장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 이후에도 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정부 거수기 역할하는 게 저질 국회 아니냐"고 항의했고,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나도 여기(탁자)에 뛰어 올라 가볼까"라며 맞받았다.
이와 함께 소위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황진하 정책위부의장 등은 황급히 법안소위 회의장으로 달려와 여당측 소위 위원들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후 외통위 전체회의 시작 직전 회의장을 찾아 한나라당 소속의
남경필 외통위원장에게 "충분히 토론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남 위원장은 "강행 처리는 안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