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을 끝내고 귀국하는 이 대통령은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으로부터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게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전날 새벽 리야드에서 김 수석이 2008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보고에도 이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순방에 동행한 참모들도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곤 했다. 그간 김 수석을 감싸왔기에 더 충격이 큰 듯했다. 김 수석의 '강한' 부인을 청와대는 믿었던 것이다.
이달 초까지도 청와대 인사들은 "김 수석의 연루설을 주장하는 말만 있다. 검찰이 김 수석을 소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수석의 연루 여부는 진실게임일 뿐 김 수석의 혐의를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최근 검찰에서 김 수석에게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9일 중앙일보 보도 등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간 김 수석을 두둔했던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김 수석의 말만 믿다 낭패를 본 격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사건, 내곡동 사저 논란을 겪으면서 2007년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멤버들은 줄줄이 청와대에서 퇴진했다. "임기 말까지 갈 거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순장조'는 다 떠나고 (하금열 실장 등) '완주족'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오가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수석급 중 장다사로 총무기획관과 함께 정치인 출신 중 딱 두 명뿐인 2007년 대선 캠프 멤버가 퇴진하면서 임기 말 이 대통령은 더 외로울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 참모는 '순방 징크스'도 탓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사전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달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는 막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순방 중 '악재'가 계속 터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