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토록 시·도 교육청에 훈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성폭행을 저지른 학생이 성균관대학교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하는 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에 불구하고 전북·경기 등 일부 교육청은 학생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 지침을 거부하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에 학생부를 제공하는 마감일인 오는 지난 14일 까지 지침을 거부하면 교장, 교감, 교원, 교육청 직원에 대해 징계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교과부 장관이 임명 제청권이 있는 교장과 교감의 승진, 임용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일선 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대다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생부 기재가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기재 거부 방침이 학교 현장의 정서와 동떨어진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이 대다수 교원들의 판단이다.
교과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지난 1~2월 일반국민과 학부모 각 500명, 교원 1100명, 학생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 ±2.95%∼±3.10%포인트) 교장·교감의 86.8%, 학부모의 81.2%, 교사의 79.9%, 일반국민의 78.2%, 학생의 68.9%가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가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대답은 교장·교감 13.4%, 교사 20.1%, 학부모 18.8%에 불과했다.
또 이화여대 한유경 교수 연구진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지난달 9∼22일 교사 1만1434명, 학생 2만918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학교문화 및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정책연구’관련 설문조사(표본오차 95% ±1.95%∼±2.04%포인트) 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학생의 63.7%, 교사의 62.9%가 학생부 기재가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본 학생은 9.4%에 불과했다.
한 교수는 “일부 우려와 달리 학생들은 학생부 기재의 학교폭력 억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조사 결과”라며 “학생들도 정부의 학교폭력대책 발표 이후 학교와 교사의 노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감이 주장하는 과잉 처벌과 학생 낙인 문제와 관련해 교과부는 “피해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훈령 등 행정규칙이라도 상위법령의 위임이 있을 경우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 판시하고, 행정규제기본법도 법령에서 위임한 경우 규제 세부내용을 고시 등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을 들고 있다.
또 소년보호사건과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형법, 소년법상의 처벌은 형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벌적 수단이고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은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교육적 조치로 차별화된다고 반박했다.
낙인효과 우려에 대해서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지도와 상담을 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변화 결과도 학생부에 기재함으로써 상급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생이니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게 되면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며 “사소한 학교폭력도 범죄이므로 근본적인 정책으로 이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