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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과 뜸으로 반려동물 치료하는 수의사, 토비동물병원 박노수 원장

박노수 원장은 반려동물에게 침과 뜸을 시술하는 한방 수의사다. 그렇다고 한방으로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동물의 상태에 따라 양·한방을 오가며 적절한 처방을 한다.

 

그는 철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 몸담다 수의사로 전향했다. 수의학을 공부하며 한방 침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벌써 16년째 많은 반려동물의 고통을 침과 뜸으로 다스렸다.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데 있어 박노수 원장에게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이 양방인지 한방인지가 아니다. '내 앞에 웅크려 몸을 떠는 이 축생의 아픔을 덜어줄 방법이 남아 있는지 아닌지'다.

반려동물이 건강해져야 보호자들도 다시 행복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편집 박준영 기자 | 사진 조도현 기자

 

“박 원장님께 침이나 뜸을 시술받고 돌아가면

‘샘’이 기운을 차린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먹고, 자고, 싸는 문제가 없어지니 샘도 나도 일상이 회복됐다.”

 

침으로 다스린 첫 질환은 피부병
박 원장이 처음으로 침과 뜸을 시도했던 대상은 피부병이 심한 반려견이었다.


“이 친구는 피부병을 오래 앓았는데 약을 먹일 때만 증상이 조금 가라앉을 뿐인 상태를 여러 해 겪은 상태였어요. 피부가 상당히 상해있었죠. 피부병의 근원을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망가진 피부 상태만이라도 회복시켜야 했습니다. 약을 계속 먹이는 것으론 해결이 안 되니 침을 써보자고 생각했죠.”


박 원장은 보호자의 여력에 맞춰 2~3일에 한 번씩 침술을 시행했다. 그리고 점차 차도가 보이더니 1달이 지나자 가려움증, 피부 발적이 크게 해소됐다.

 

피부 건강이 회복되니 자연히 피부병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수년간 먹이던 약물을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된 건 말할 것도 없다.

 

반려견 '샘'이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 반려견 '샘'이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동물이 건강하면 사람도 행복하다
반려견 ‘샘’과 함께 박 원장을 꾸준히 찾고 있는 한 보호자는 “온갖 동물병원을 다 돌아다니다 마지막에 찾은 병원”이라고 전했다.


이 보호자는 디스크로 뒷다리가 마비돼 보행은 물론 대변도 수일 째 보지 못하던 반려견 샘을 데리고 여러 동물병원을 전전했다. 다른 병원에서 더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보내줘야 하나’라는 고민도 했단다.


보호자는 “박 원장님에게 침이나 뜸을 시술받고 돌아가면 샘이 기운을 차린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먹고, 자고, 싸는 데 지장이 없어지니 반려동물도 나도 일상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샘을 처음 봤을 때 손대면 쓰러질 것 같았어요. 워낙 약해진 상태라 침보다는 뜸 치료를 했습니다. 그런데 보기보다 강한 아이였어요. 치료를 잘 버텨줬습니다. 아마도 보호자가 워낙 강하게 키우셔서 그런 저력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웃음)”


당시의 안도감을 떠올리는 보호자의 얼굴에서 박 원장에게 고마워하는 기색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 가치
치료받고 돌아간 반려동물들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 것이 박 원장의 가장 큰 보람이다. 그들이 먹고 자고 싸는 데 문제가 없으면 보호자들도 함께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박노수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물병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동물병원은 동물의 병만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을 고치고 다독이는 곳이었다. 적어도 박노수 원장의 토비동물병원에서는 그랬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지만 반려동물을 선뜻 들이기에는 고민스러운 점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박 원장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그 선을 무심코 넘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포기하게 되는 점은 분명히 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함으로써 얻는 정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양·한방 주치의
반려동물에게 침을 놓는다는 건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보호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일단 모든 경우에 침을 놓는 건 아닙니다. 한방 위주로 치료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수의학과 한방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합니다. 과학적인 검사를 통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한 뒤에 양·한방을 막론하고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보호자께 침으로 치료해보자고 권유하는 시간이 길었다면, 지금은 ‘침을 놓겠다’고 통보하고 시술해도 납득을 하십니다. 보호자 개인이 침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신, 두려움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시술의 효과를 의심하는 분은 거의 없어요.”

 

박노수 원장, 토비동물병원

▲ 박노수 원장, 토비동물병원


목적은 사람과 동물의 일상 회복
박 원장에 따르면 한방 치료는 특히 노령 동물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저 역시 정규 수의대를 전공했으니 양방을 기본으로 진료합니다. 그러나 통상의 수의학에서 수술할 질환이 아닌 바에야, 약으로 해결을 못 하면 양방 영역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상태에 따라 한방을 병행하기도 하고, 양방보다 선행할 때도, 후행할 때도 있습니다. 목적은 동물을 편하게 해주는 데 있으니 한쪽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려동물도 생활 수준과 보호자의 지식수준이 올라가 수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동물도 나이 들면 약 처방부터 달라져야 하죠. 이럴 때는 더욱 뜸 치료와 같이 몸에 부담이 덜한 시술이 효과가 좋습니다.”

 

 


도올 선생 흠모하던 철학도
박노수 원장은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철학도였다. 이후 출판사 편집인으로서 사상, 문학, 예술 관련 전집 등의 책을 만들었다. 지금도 독서모임을 가질 정도로 여전히 책과 가깝다.

 

철학도이던 당시 박 원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에 대한 가치가 점점 가볍게 여겨지는 게 싫었다. 당시 고려대 철학부 교수였던 도올 김용옥 선생에게 큰 영감을 받아서였다.


“도포를 휘날리며 당당히 교정을 누비는 김 교수님의 자태에 반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도올 선생께서는 의복만이 아니라 당신의 학문의 뿌리를 동양철학으로 삼으셨어요. 그런 모습을 본받고 싶었죠. 지금도 도올 선생의 강의와 저서를 탐독하고 있습니다.”


박 원장은 ‘한의학도 엄연한 전통 의학인데 현대에 와서 대체의학 정도로 치부되는 것’에 의문을 가져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철학과 시절가졌던 우리 전통과 동양 학문에 대한 생각들이 그 기반이었으리라.


남치주 교수의 혈위도를 발견하다
말 한 마리가 열 사람보다 귀할만큼 가축의 가치가 높았을 농경 사회에서 수의학은 중요한 이슈였을 것이다.

 

수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마의’만 보더라도 소나 말, 돼지 같은 가축에 대한 한방 치료법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런 자료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저도 사람이 대상인 한방 침술을 공부했으니 처음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랐죠. 관련 자료를 찾는다고 고생깨나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개와 사람의 혈 자리를 대조해 그려진 ‘혈위도’를 찾게 됐어요. 수의학과 한의학의 접목을 연구한 남치주 교수님이라는 분이 국내 최초로 그린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보니 외국에서는 소나 말 이상으로 반려동물에 관한 한의학 연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어요. 의료계에서도 한의학이 주류가 아니듯 수의학에서도 그랬던 겁니다.”


그들의 떨림을 느꼈을 때 수의사가 됐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철학자이거나 한의사의 면모도 엿보였다. 그래도 그는 수의사였다.


“이력을 써놓고 보니 ‘철학자이자 수의사이자 한의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제 정체성은 수의사가 맞습니다(웃음). 학부까지 합하면 수의사로서 살아온 시간이 가장 기니까요. 다만 꼭 진료만이 아니라 제 삶의 방식이나 생각의 기저에는 인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부 마지막 1년간 동물병원에서 실습하는데 늘 손님이 많은 병원이었습니다. 당시 원장님이 유기동물 관련 봉사도 활발히 하셔서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든 동물들을 많이 봤죠. 참혹하게 변해버린 동물들을 대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아픈 동물들만의 두려움, 떨림이 있어요. 그걸 느끼기 시작하니 그들에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 무렵에야 비로소 ‘수의사’가 된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수의사에게 자주 보여주세요
우리가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해도 그들은 여전히 약육강식의 세계를 산다. 본능적으로 아픈 내색을 감춘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이상 신호를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아프지 않을 때 와서 얼굴을 익혀두면 나중에 동물들이 아파서 예민해져도 치료하기가 수월합니다. 가능한 한 자주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을 보여주세요.

꼭 검진이 아니라도 동물병원을 들를 일이 있을 때 잠깐씩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말 못 하는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는 문답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게 곧 문진이고, 검진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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