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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플루엔자 다시 고개를 드나?

그는 끝내 고열을 이겨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누사텡가라바라트 주에 사는 17세 소년의 체온이 38도를 넘긴 건 지난 2월 29일. 그는 바로 병원을 찾았으나 10일 뒤 사망했다. 사인(死因)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였다. 비슷한 시기 베트남 닥락 주에 살던 31세 남성 역시 같은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심각한 폐렴 증상을 앓았다.

전 세계를 휩쓸었던 H5N1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534명이 H5N1에 감염됐고, 그중 316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59%. 병에 걸린 10명 중 6명이 죽는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AI로 사망한 사례가 아직 없지만 올해 2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 고병원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AI가 발견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AI를 포함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단백질인 헤마글루타닌(H) 16개와 뉴라미다제(N) 9개의 조합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뉜다.

국제 사회가 AI의 대유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AI를 감시하는 국제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국에서 미국독감염기서열데이터베이스(IVSD)에 보고한 AI 유전자 염기서열 수를 비교한 결과 2007년 8,000여개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어 지난해엔 수백 개에 그쳤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선 비교적 양호했으나 같은 기간 닭, 오리 등 가금류를 1억 마리 이상 키우는 39개국 중 브라질, 모로코, 필리핀, 콜롬비아 등 8개국에서 보고한 AI 유전자 염기서열은 한 개도 없었다. 1~100개만 보고한 나라도 13개국이나 됐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김혜령 연구사는 "AI는 변이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바이러스"라며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사할 여력이 안 되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I에서 돌연변이가 잘 나타나는 이유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에 있다. DNA에 유전정보를 저장한 천연두 바이러스는 DNA에서 곧바로 DNA를 복제한다. 그러나 유전정보가 RNA에 담긴 AI는 다르다. RNA를 DNA로 만든 다음 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많이 생긴다. 그로 인해 자신과 다른 유전자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된다.

AI가 8개의 RNA 덩어리로 이뤄졌다는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다른 바이러스와 만나면 AI는 덩어리를 교환하며 쉽게 뒤섞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사는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만 네 차례 AI가 유행했는데, 그때마다 모두 염기서열이 조금씩 달랐다"고 설명했다.

만약 AI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백신의 효력은 유효한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얘기다.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어도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해 말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공동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쉽게 전염되는 변종 H5N1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어 더더욱 감시가 중요해진 상황. 이들의 연구는 자연계에서도 변이를 통해 사람 간에 전염되는 AI가 출현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AI는 동물-동물, 동물-사람 간에만 전염된다고 알려졌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AI는 치사율이 높고, 사람들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끼리 전염되는 변종 AI가 유행한다면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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