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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출고가 조사에 나서자 공교롭게도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한다. 공정위 조사의 초점은 휴대폰 출고가 수준이 이 업체들 간에 이익 유지를 위한 모종의 합의에 따라 유지돼 왔느냐다.
단말기 출고가라는 개념도 사실은 제조업체 공급 가격으로서의 의미보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 때문에 중요해진 개념이다. 여타 공산품도 공장 출고가가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그런데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이미 십여 년 간 통신규제 당국이 온갖 방식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해 오면서 출고가를 보조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러한 규제의 칼날을 피하려고 출고가를 인위적으로 왜곡해 왔던 것이다. 즉, 영업판촉 행위인 보조금 지급 경쟁을 비정상적으로 규제해 온 통신규제가 결국 통신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 행태를 낳은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것은
스마트폰 정액요금제의 요금 구조 안에 단말기 관련 비용이 포함돼 계상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지금도 단말기 구매 대금을 별도로 매달 지불한다.
그런데 단말기 할부금이 아닌 월정액 요금 안에도 단말기 출고가에 비례해 산정되는 단말기 비용(?)이 포함돼 있다면,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될 경우 당연히 스마트폰 정액요금제의 수준도 함께 변경해야 할 것이다.
시장지배 사업자의 통신요금을 인가하는 통신규제 당국은 당연히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단말기 출고가 변경과 함께 통신요금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출고가가 부당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명이 날 경우 통신비에 포함된 단말기 관련 비용부분을 소급 환불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더 나아가 통신규제 당국은 현행 스마트폰의 정액요금제에서 단말기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고, 차제에 산출 근거조차 알 수 없는 현행 데이터 통신비 수준에 대해서도 요금 인가 과정에서 어떻게 적정요금 수준으로 평가를 했는지 그 평가결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 하나 밝히지 않으면서 요금 인하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는 괴이한 선문답을 누구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무선 인터넷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은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음성통화 및 문자매출액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는 사실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는 "즐거운 비명"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소위 "정액요금제"는 사실 정액제가 아닌 종량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일정 한도의 데이터량을 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정액요금제가 적용되는 것일 뿐이므로 현행 요금제는 "부분 정액요금제"가 맞으며 요금제의 본질적 성격은 종량제다. 그러므로 통신사업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과다한 데이터트래픽 발생이 전반적인 음성·데이터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경우일 뿐이다.
그런데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단지 상위 10%의 이용자가 3G 데이터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90%의 이용자는 전체 트래픽의 10% 이하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상위 10%의 트래픽 이용량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3G망의 데이터 과부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가입자당 일일 최대 데이터트래픽 허용량을 제한하거나 일정 트래픽 이상 과다 사용의 경우에는 누진적 초과요금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