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지역에 쏟아진 `물폭탄'과 같은 폭우로 산사태가 나거나 도로가 침수돼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배상책임을 지는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법원의 판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시설물 관리나 재해방지 조치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에는 일정부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2008년 태풍 `갈매기'의 북상으로 경기 파주시 문산천에 있는 농로인 세월교가 침수된 상황에서 A씨는 승용차를 몰고 건너려다 급류에 휩쓸려 동승한 B씨와 함께 숨졌다.
A씨가 가입한 보험사는 B씨의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파주시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파주시가 문산천의 범람을 예상하고 세월교를 폐쇄하거나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파주시에 일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사흘 전 소방방재청이 태풍의 북상에 대비해 유관기관회의를 열고 세월교를 돌발 피해 우려지역으로 예시하며 출입통제 조치하는 등 집중호우 시 세월교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파주시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만취상태에서 무리하게 운전한 과실이 있음을 감안해 시의 책임비율을 20%로 정했다.
지자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를 다했다고 판단될 때는 법원이 지자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2008년 경기도 가평군의 야산에서 한 민간 사업자가 진행하던 연수원 조성 현장의 공사장 옹벽이 하루 누적 강우량 237㎜의 폭우로 무너지며 산사태가 나 아래에 있던 펜션 건물이 부서지는 사고가 났다.
붕괴된 펜션의 주인은 "급경사지에 산지전용 허가를 내줬고 이후 재해방지 조치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가평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재해방지 감독을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가평군이 토지소유자, 시공자 등과 연대해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가평군이 사고 발생 4개월 전 민원이 제기되자 현장조사를 한 뒤 토사 유출, 붕괴 우려가 크다고 확인하고 토지 소유자에게 재해방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이후 현장확인이나 재해방지 명령 이행 촉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로서는 현장조사와 대책 수립은 물론 이후 지속적인 확인작업 등 재해방지 조치를 꾸준히 해야만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하천이 범람해 다리가 침수됐을 때 교통통제나 경고표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자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