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을 위한 문화나눔 ‘제 7회 음악사랑 나눔사랑 콘서트’ 취재

지난 10월 10일에 서울 도봉구 쪽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음악행사가 있다고 해서 카메라 장비를 매고 길을 나섰다. 날씨가 가을에 들어서서 그런지 제법 쌀쌀했고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외투를 하나씩 걸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쌍문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니 도봉구민회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구민회관 입구로 들어가니 우측에 대강당이 보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열린정보장애인협회 도봉구지회 권미자 회장께 전화를 거니 마침 홀에 행사의 처음 때부터 함께 추진해온 필로스오케스트라 이영호 단장과 함께 있어서 즉석해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영호 단장의 안내로 공연장 무대 앞으로 들어가보니 곧 시작될 공연을 위한 리허설로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이영호 단장은 콘서트를 주관하는 것과 함께 사회를 함께 맡고 있어서 오시는 손님도 맞이하랴 무대 리허설 진행상황 살펴보랴 사회 준비하랴 빠른 시선과 몸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이영호 단장이 짬을 내어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었다. 리허설로 인해 스피커에는 음악소리가 빵빵 터져나오고 있는 무대 앞좌석에 앉아 이영호 단장은 권미자회장과의 인연과 함께 이번 행사가 어떻게 시작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총명한 눈빛과 열정적이면서 또렷한 목소리로 설명해주었다.
“10여년 전에 도봉산에 위치한 모 레스트랑에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갔을 때 몸이 불편한 분들이 오셔서 일일찻집을 하시면서 공연을 한다고 티켓을 팔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티켓을 사서 일일찻집을 가서 하는 것을 봤더니 ‘열정은 있는데 좀 더 체계화하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제가 일을 저질렀죠. 그게 바로 ‘제1회 음악사랑 나눔사랑 콘서트’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따로 대관을 하지않고 레스토랑에서 했습니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좀 더 크게 하면 좋지 않겠냐. 정부에 지원을 받아가면서 해보라.’는 저의 권유로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 도봉구지회가 탄생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음악을 후원하는 것보다는 같이 주최를 하자고 해서 그 당시 창동에 체육문화센터에서 공연행사를 열고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고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도봉구청으로부터 컨테이너 박스를 밭에다가 얻어서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꾸준히 하다보니까 구청에 주목을 받아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무실 보증금을 지원받아서 정식으로 건물에 입주가 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획사를 차려도 될 정도로 전단지부터 공연기획까지 모두 장애인분들이 직접하고 있습니다.”
이영호 단장은 10년 전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그들의 든든하고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었던 것을 그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후 5시가 되어가자 장애인분들과 관계자분들이 하나둘씩 공연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자리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않았다. 어느 정도 관람객이 들어오고 5시를 넘긴 10분 즈음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가수 박수정의 열창을 시작으로 막을 열고 대금과 아코디언 그리고 섹스폰 연주, 한량무가 동서양의 춤과 음악 향기를 공연장을 가득 매우고 나니 트롯가수 이수나의 ‘바빠서’와 전국장애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성악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민지의 ‘Think of me’, ‘거위의 꿈’ 열창에 이어 장애인으로 구성된 소리사랑합창단의 ‘마법의 성’과 ‘You raise me up’의 하모니가 관람객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도봉구지회 김건식 회장이 감사의 말씀과 함께 ‘선구자’를 노래했고 끝 순서로 최승은 소프라노의 ‘그리운 금강산’, ‘산타루치아’이어 전체관람객과 함께 합창으로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면 자기와 자기 가족만을 위해 사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와 ‘가족’의 범주를 ‘피붙이’가 아닌 ‘세상 모든 사람’ 특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까지 넓은 의미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기적인 사람보다 이타주의(altruism, 利他主義)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은 추운 겨울에도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사람도 어느 이하로 체온이 떨어져 지속되면 죽음에 이른다. 이 세상도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주변에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사라진다면 죽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세상은 이기주의의 차가움을 정상온도로 올려놓을 수 있는 이타주의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서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이들이 바로 차가워지는 세상을 온기로 지켜내는 주인공들이 아닌가 싶다. 이날도 그들의 음악은 치열한 사회에서 얼어붙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온기를 전해주었다. 이날의 공연은 한번이지만 그들의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시 어디선가 그 온기를 여러 모습으로 날마다 펼쳐지며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김민지양이 노래를 부를 때 거침없이 몇 옥타브를 뚫고 고음을 낼 때 우리 가슴을 강렬하게 울리듯이.
글/사진 김준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