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지회장 김희연(52) ●2009년 설립

하버드 법대 입학한 막내아들이 제 인생에 큰 자랑거립니다.
아들이 공부 잘한 것도 큰 자랑이지만 제가 보람된 봉사를 하도록 만들어주고
지난 18년동안 봉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병환자를 보살피는 중1 막내아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봉사에 눈을 떴습니다.
사실 저는 봉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내 중심적인 사람이었죠.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있으면서도 봉사 같은 것은 떠올려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막내아들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봉사를 하러간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소록도’를 요. 소록도는 나병환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아들에게 물었죠. “너 소록도가 어딘지나 아니?” 그랬더니 아들 녀석은 당연하듯이 “나병환자 있는 곳이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막내아들은 나병환자를 봉사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양로원이나 고아원이 아닌 나병환자 촌을 가는 것인지 의아하고 궁금해서 아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소록도에 가서 저는 한쪽에 텐트를 쳐놓고 아들이 봉사를 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나병환자의 몸에서 흐르는 진물을 닦아주고 고름을 짜주는 겁니다. 저는 그 아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후로 저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들과 함께 매년 여름, 겨울 방학마다 6년 동안 소록도를 찾아가 나병환자들을 보살폈습니다.
저도 척추장애를 가지고 있고 저희 큰 처남도 장애1급입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심정을 잘 압니다. 그래서 200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지체장애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는 사회적인 대변자 역할을 해주고 싶어 사회현실로 나와 보니 벽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첩첩산중, 산 너머 산이었습니다. 구청도 예산이 없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며 문전박대하고 일반인들도 구청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 손내밀어줄 생각을 잘 안합니다. 지역사회 인식의 벽은 저의 생각 외로 두껍고 높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제 심정을 막내아들에게 토로하니 그럽디다.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마세요.”라고요.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제공하고 구로구에서 어르신들 70분께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드립니다. 때마다 야유회 행사도 진행하고 있고 설과 추석에는 사랑나눔 한마당 행사를 열어 소외가정에게 쌀도 나눠드렸습니다. 6년 전에 시작할 때는 20kg 쌀을 50포대 밖에 못 나눠드렸는데 지금은 10,500포대를 나눠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나눔행사를 진행하는 데 여러 곳에서 많이들 후원을 해주시면 좋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조경회사(이레산업)가 버는 수익금의 일부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서로 나서서 돕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직원들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이외에도 부모가 없는 중학생들과 후원자들을 서로 일촌맺기를 해서 학비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폐자전거 수거사업을 시작해서 수리를 한 후에 필요한 분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해드리고 복구가 어려운 자전거는 고철로 팔아서 발생한 수익금을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족인 김대권(83) 어르신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신지 5년이 되었습니다. 그분 아들이 뇌에 이상이 있어서 장애3급입니다. 그 아들이 예전에 아파서 병원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치료비가 1000만원이나 나온 겁니다. 치료비를 못내서 퇴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조선족인데다가 나이가 많으시니 타향에서 무슨 수로 돈벌이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의료비 지원을 받게 하려고 구청이나 시에 의뢰를 해봤지만 1원 한 푼도 못 도와주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제 사비를 털어 해결해줬습니다. 치료비는 해결했지만 당장 생활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탄원서를 계속 넣어서 결국 차상위 혜택을 받게 해드려서 매달 생활비를 지원받도록 해드렸습니다.
사실 차별금지법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들이 어디서든 비장애인들처럼 당당하게 동등한 입장에서 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 환경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힘쓸 것입니다.
장애인은 포기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고, 비장애인은 자기가족처럼 따듯하게 장애인들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은 사회접근을 시도도 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안 돼지.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해?’라고 생각하면서요. 세계대회인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씩 따오지 않습니까? 불가능은 없습니다. ‘나는 수급자니까’라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안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회에 당당히 발을 딛고 도전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차별금지법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아무 편견없이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심한 경우는 사람취급도 안하거든요. 그런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장애인들이 소외받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