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5.05.1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인천 16.9℃
  • 맑음수원 17.4℃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전주 19.1℃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여수 16.8℃
  • 맑음제주 21.3℃
  • 구름조금천안 17.8℃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타임즈M

'양신' 양준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 잘 커나갑니다!"


▲ 양준혁야구재단의 양준혁 이사장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 나가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국 프로야구계에 20년간 통산 최다 안타, 통산 최다 홈런, 통산 최다 득점, 통산 최다 루타, 통산 최다 타점, 통산 최다 경기출장, 통산 최다 사사구 등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던 ‘양신’ 양준혁 선수.

지난 2010년 9월 은퇴경기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은 마무리했지만, 그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유학을 떠나 지도자가 되려던 꿈 대신 양준혁야구재단을 설립했고, 지금은 150명 아이들에게 야구를 통한 꿈을 심어주고 있다. 새로운 인생길의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은퇴경기. 그동안 야구로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은퇴경기 수익금으로 ‘전국 청소년야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야구로 인해 눈빛이 반짝이는 아이들을 본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양준혁야구재단이 벌써 설립 4년차를 맞고 있다. 뉴시스헬스 사무실에서 만난 양준혁 이사장은 야구재단에서 모집한 멘토리야구단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다.

“초등학생으로 들어와 야구를 했던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돼서 어른처럼 컸어요. 철없는 아이들이 아니에요. 운동하기 전에 알아서 준비하고, 더 어린 친구들 집에 데려다주고 챙깁니다. 자기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 아는 거죠.”

지난 2011년 5월 설립된 양준혁야구재단에서는 그동안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과 다문화가정, 탈북민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야구단을 만들었다. 그 아이들이 벌써 150명, 서울, 경기도 시흥, 성남, 양주, 대구 등 전국에 6개의 멘토리야구단이 있다.

처음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팀도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 7~8명 정도 이탈한 아이들을 제외하면 처음 멤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재단에서는 주말마다 야구를 가르쳐주고, 친선경기와 야구캠프, 공부방 등을 무료로 진행한다. 지난 8월 11일에는 몽골에서 온 유소년팀과 경기도 양주에서 친선경기를 펼쳤다.

“지난 6월 구세군 홍보대사로 몽골에 갔을 때 몽골의 유소년야구단을 방문해 격려해 주고 왔어요. 그 야구팀이 지난달 기아타이거즈 후원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우리 멘토리유소년연합팀과 친선경기를 한 거죠. 몽골팀은 창단한 지 1년 됐다는데 잘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이 나중에 몽골 국가대표가 되겠죠. 야구 불모지인 몽골에 야구도 전파하고, 우리 멘토리팀과도 만나고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멘토리야구단 아이들에게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멘토’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경기도 양주 KSD멘토리야구단을, 허벌라이프는 대구 허벌라이프멘토리야구단을 후원한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후원과 재능기부를 한다. 코치 역시 아이들의 멘토다. 든든한 멘토의 후원을 받아 재단은 아이들에게 야구를 통한 인성교육을 시킨다. 야구 선수가 아니라 올바른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스포츠의 어떤 힘이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야구 안에는 모든 게 있습니다. 희생과 배려, 팀워크, 위기대처능력 등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인성을 습득하는 것이죠. 공부가 아주 뛰어난 애들은 없지만 사회에 나가면 큰 일꾼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커나가는 동안 양 이사장 본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말을 굉장히 안 듣는 세근이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팀 전체 분위기가 나빠지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5~6개월 데리고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탈퇴시키라고 했어요. 그런데 코치가 한달만 더 있어보자고 해요. 정 그러면 그렇게 해봐라, 하지만 안 될 거다 했죠. 그런데 놀랍게도 한달 사이 달라졌어요. 또래 아이들이 ‘세근아 잘할 수 있어, 힘내’ 이러면서 자신감을 심어준 거예요. 교육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스스로 바꿔나간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만일 내보냈다면 그 애가 어떻게 됐을까. 그 애를 통해서 내가 자신감을 얻고 팀을 계속 늘려나갈 수 있게 됐어요. 지금 세근이는 없어선 안 될 존재에요.”

야구단에는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아이도 3명이 있었지만 모두 치유됐다. 화가 나면 주체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자제력을 배우고 뛰어놀며 조금씩 달라져 갔던 것이다. 아이들은 올바르게 커가고 있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 재단 설립 초기엔 양준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원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잘 모르는 분들은 돈 벌어서 팀 하나 만들었나보다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진정성 가지고 키운다는 것을 잘 못 봅니다.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하고 운동도 하면서 계속 정성을 이어가야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어요. 저희 같은 재단 모델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멘토리야구단 중에는 기업에서 창단해주고 1년 뒤에 후원을 끊어서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생각하고 야구단을 만들었는데 1년 만에 딱 끊어버리니 아이들이 상처를 받아요. 아이를 낳았는데 가정형편 어려워졌다고 아이를 버릴 순 없잖아요? 사정이 어렵다고 하면 우리도 할 말은 없지만 예산을 줄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책임지고 함께 하면 좋겠어요. 아이들 운동하는 것도 와서 보고 같이 고민도 들어주면서요.”

아직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진 않았지만 양준혁 이사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코치나 감독하는 게 꿈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게 아주 작은 일이 돼버렸죠. 남들은 인정 안하고 이해 못할지 몰라도 재단 운영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일을 평생 할 거에요. 지금은 야구장이 없어서 일주일에 한번씩밖에 야구연습을 못시키는데, 야구장이 확보되면 선수도 키우고 싶어요. 또 산업이 된 야구를 위해 선수 뿐 아니라 기록원, 에이전트, 스포츠마케팅 등을 키우는 야구센터도 만들고 싶습니다.”

선수시절 그는 모든 경기,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력질주’는 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밖에 본인을 나타내는 단어를 하나 더 얘기해달라고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했다.

“프로야구선수들 보면 핑계가 많아요. 야구는 수만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누구 때문에, 감기 때문에 안 됐다 말하는 건 다 핑계입니다. 본인이 관리를 했어야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게 프로에요.”

한국 프로야구선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스포츠복지’ 재단을 설립한 양준혁 이사장은 더 많은 스포츠스타들이 베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포츠스타의 성공사례를 보고 꿈나무들이 꿈을 키우는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야구로 혜택을 받았다면 야구로 기부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0명의 야구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유소년팀 10개만 만들어도 많은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고, 그러다가 프로선수도 내고 하면 모두 좋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그런 인식이 안 돼 있는 것이 좀 아쉬워요.”

프로야구중계 해설위원으로, 방송인으로, 강연자로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재단 만들고 처음에는 기반 다지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애들 키우는 일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가끔씩 아이들이 진짜인지 일부러 인지는 몰라도 ‘감독님, 제가 커서 효도하겠습니다’ 얘기하는데, 그럴 때 표현은 못해도 뿌듯하죠.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또 어떻게 변화해 나갈까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박소혜 기자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