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9월27일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만에 처음 유엔에서 연설한 리수용 외무상은 제69차 유엔총회 회원국 대
표연설에서 미국의 적대정책과 북한인권문제, 한미합동훈련 등에 관해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경제발전
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시선을 끌었다. (사진=UN본부 제공)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과 중국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의 고위급이 북한을 1차례 방문할 때 러시아의 고위급은 3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경제협력의 틀을 완성하고 있다. 북·러간 경제협력은 동북아 정치·경제지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해로 북한이 러시아와 첫 수교를 맺은 지 66주년이다. 그동안 북·러 관계는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러시아연방의 출범 등 시대변화 속에서도 가까워 졌다가 때로는 멀어지며 부침을 거듭해 왔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 후, 이듬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답방하면서 양국관계는 정상적인 관계로 복원됐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 서방세계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 푸틴정부의 선택은 유럽 보다는 이제 동북아시아다. 작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강행과 최근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고,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건의 응징으로 남한의 5․24 제재 조치가 이어지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남한과의 관계개선 없이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경제는 사실상 자력갱생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틈을 타 북·러는 경제협력을 통해서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 통계국자료에 따르면 북·러 양국 간 상품 교역규모는 2012년에 비해 2013년에는 64.2%로 증가하여 1억1270만 달러지만 2020년까지 교역액 1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양국 간 경제협력을 토대로 투자는 계속 확대되고 양국 간 에너지 및 물류사업 협력에도 큰 진전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러시아 고위급이 북한을 방문하여 중국을 밀어내고 북한에 20년간 250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자하여 북한 내 철도 개보수 건설 사업에 통 큰 합의를 만들어냈다. 북·러 양국은 서로 전략적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국내외적인 명분과 이슈가 있다.
러시아 극동개발과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러시아로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최근 5만톤 무상 식량지원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식량 지원 사업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북한의 구소련 채무 약 100억 달러를 탕감해줬으며, 양국 간 무역대금 결재는 지난 10월부터 달러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하고 있다.
북·러 경제협력의 추동력은 지난달 합의된 러시아가 북한에 20년간 250억 달러를 투자하는 ‘포배다(victory)프로젝트’인 북한의 철도 개보수 건설사업과 교량건설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포배다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은 북한 석탄자원의 중심지인 재동역 구간부터 강동역을 지나 서해 물류중심 항구인 남포항까지 철도 개보수 건설작업 착공식이다. 향후 양국은 10단계 사업으로 북한 내 약 3500km구간의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러시아는 투자 대가로 북한의 희토류 금속과 광물 지하자원을 상환 받는다.
러시아의 대북한 투자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동시베리아 자원의 동북아 판매시장 확보와 낙후된 극동지역 개발 사업이다. 작년 9월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의 나진항 간 54km 구간 철도 개보수 개통식과 러시아전용 부두로 사용될 나진항 3호 부두의 준공식에 이어 지난 4월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북한방문과 지난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극동개발부 장관의 북한방문은 북한을 통해 한반도종단열차(TKR)와 시베리아횡단열차(TSR)연결로 동북아에서 물류중심의 헤게모니 확보와 러시아에서 시작해서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연결하는 가스관 연결사업의 장기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미국 등 일부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경제 활로를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시장에 맞추고 있으며, 북한을 거점으로 한반도에 정치, 외교력을 확대해 미국과 중국을 견제 할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정권은 정치외교 및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미국의 북한 경제제재, 경색된 남북관계 등으로 북한경제가 파탄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로부터 들어오는 북한주민 인권탄압에 대한 압박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정권 지도부의 반(反)인권을 비난하고 국제사회에 알려 유엔을 통해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 방위 협력으로 경제적, 정치 외교적 출구를 찾고 있다.
한반도 북쪽에는 북·러간, 북·중간 그리고 북·중·러 3각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방관하면 남북 간 경제협력의 수요가 적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차윤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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