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스피가 엔저재개 공포에 디플레이션 심화 우려까지 겹치며 전일 대비 17.78포인트(0.91%) 내린 1935.19로 마
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마감시간 기준으로
원/100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08년 8월14일(949.76원)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김우중 회장은 회고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환율이 달러 당 1600원을 웃돌 때 수출로 승부했으면 내놓는 대로 다 팔려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 외환위기를 이겨냈을 거라고. 대우그룹은 물건 파는 것이 전공이므로 구조조정 대신 수출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선봉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렇게 IMF의 권고와 청와대 경제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가 경제팀의 눈 밖에 나서 그룹은 해체의 운명을 맞이했다.
지금의 중국을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중국은 현재 달러 보유고와 무역 규모가 세계 1위다. 이는 저가 상품으로 미국을 위시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결과이다 저품질 논란은 폭발적인 수출 앞에서 이슈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내수부진이 심화되어 덤핑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 즉 디플레가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가 2%가 유지되지 않으면 경제가 성장이 안 된다. 상품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기업의 사업의욕 감퇴로 투자와 고용이 감소하고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감소한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감소하기 이전에는 소비가 증가하지 않고 따라서 인플레도 없고 경기침체는 지속될 것이다.
현재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60%를 상회한다. 미국이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촉발했을 때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불과 110%대였다. 서민들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빚부터 갚을 것이다. 중앙정부·지방정부·공기업 모두 빚이 사상최대다. 사업이 안 되어 재정적자도 사상최대이며 이는 증가 일로에 있다.
수출경쟁력도 악화 일로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기업들은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로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더욱이 원천기술 열세로 제품 경쟁력도 비교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정부의 수출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대부업 등 돈놀이와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연구개발(R&D)에 소홀한 결과다.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은 우리보다 우수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도 근접하였는데 가격이 훨씬 저렴해 ICT·조선·철강 등에서 우리는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여 생존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가 경제성장률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 성장률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경환경제팀이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경제정책입안자들의 반론이 드세다.
우리나라가 주요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닌 상황에서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원화가치 폭락으로 이어져 외국인 자본이 국내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이는 주식 등 자산 폭락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외환보유고 고갈로 외환위기를 다시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외환위기 시절보다 훨씬 안정권이다. 그리고 원저는 수출증대로 이어진다. 또한 통화완화로 원화가치가 절하되는 것이 금융위기로 절하되는 것보다 건전하다.
정책입안자들이 소극적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보신주의 때문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했다가 잘못되면 책임지기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 세금으로 편히 먹고 살면서 가만히 앉아서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요행을 바라며 지켜보고만 있다.
경제정책을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가계대출이 5억 원 이상 있다고 생각하고 경제를 분석하고 경제를 말하자. 연봉이 수십억 원인 금융지주회사 회장, 은행장들이 실물경제와 시장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없어본 적이 없던 사람들의 경제 인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 감소와 수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뜬금없이 불거진 연금개혁은 내수부진과 가계부채를 심화시킨다. 파생상품 등 자금운용 전문성 부족에 의한 연기금 운용 손실의 책임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서민경제가 부도나면 내수시장의 몰락과 함께 다음은 재벌 차례이다. 내수부진과 수출저하가 동반되면 재벌도 부도 외에는 길이 없다. 매출이 없으면 그동안 벌려놓은 막대한 설비, 장비, 인력의 유지비로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이 바닥나는 데 몇 년 안 걸릴 것이다.
총체적 위기의 단기처방은 ‘양적 완화’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이다. 양적 완화의 수혜자는 기업, 금융기관이 아니라 복지이다. 그러면 서민의 소비 여력 증대에 의한 내수부양과 더불어 원화 환율이 고공에서 수출 경쟁력을 방어할 것이다. 인플레는 수입관세 인하와 수출기업 증세로 완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적정한 인플레는 경제성장의 자극제이다. 또한 수출기업이 성장하면 외국인 투자가 돌아와서 원화가치를 떠받들 것이다.
장기처방은 정부가 경제 구조 개혁으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기업이 그동안 비축한 수익금으로 기술과 혁신을 이뤄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통화완화 정책이 이를 위한 시간과 실탄을 벌어 줄 것이다.
박길홍 주필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