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내가 상하이를 처음으로 가 본 것은 1988년이였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이상 달려 상하이 역에 도착했다 잿빛하늘 아래 펼쳐진 상하이는 생각보다 많이 낡고 초라해 보였다. 새로 지어진 호텔주변에는 그런대로 새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빼곡히 들어선 낡은 건물들은 밤이 되면 귀신이라도 튀여 나올 것 같았다.
황포강가에 있는 상업중심지역에 가봤는데 엄청난 인파가운데 대부분 사람들은 유명한 소품배우 조본산이 입었던 그시대 대표적인 중산복 차림이였다. 유명한 상해백화점도 여느 대도시 백화점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황포강에는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 녔고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강위로 떠다니는 배들 또한 한결같이 낡았고 고기잡는 나뭇배도 많이 보였다.
그후에도 출장길에 상해를 여러번 들렸지만 바쁜 일정으로 상하이의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상하이라 하면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귀신이 튀여 나올 것 같은 낡은 집들과 중산복차림의 인파, 악취나는 황포강, 비좁은 거리를 천천히 오가는 덜컹거리는 공중버스 등이였다.
물론 TV방송뉴스나 중국드라마에서 번화한 상하이거리나 그 유명한 동방명주타워를보았지만 나는 낡은 기억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새해 벽두에 나는 드디여 여유가 좀 있는 2박 3일 상하이 방문일정을 제대로 잡게 되었다
포동공항에서 대학교여동창생이 운영하는 호텔까지 택시로 한시간가량 가면서 나는 우선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들과 넓은 8차선 순환순환도로와 가로수들이 우거져 녹화가 잘된 도시환경에 놀랐다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나서 호텔주변을 한시간가량 도보로 걸으면서 주변환경을 돌아 보았다
호텔옆으로 감돌아 돌돌 흐르는 시냇물은 맑고 깨끗했고 송사리비슷한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다가 사람기척을 느끼면 쏜살같이 도망쳤다
조경이 잘된 나무숲사이로 다양한 건축풍격으로 잘 지어진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도로들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가로수들이 우거져 있었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다양한 옷차림은 상해가 중국의 패션을 주도하는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영상 10도 정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봄가을 패션으로 예쁜 옷을 차려입은 여성들을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 천연가스로 운행되는 정결한 공중버스를 타고 황포강가로 갔다
유유히 흐르는 황포강은 쓰레기 한점 없었고 강위로는 갖가지 화물선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강건너 포동지역에 위치한 그 유명한 동방명주타워와 상해중심센타는 옅은 안개에 휩쌓여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강가에 아름다운 유람선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같이 간 일행 한명과 함께 포동지역을 위주로 황포강 양안을 둘러 볼 수 있는 왕복 50분 코스 유람선표 두장을 샀다 . 한시간후에 출발하는 배편이였다. 매표소직원이 오늘은 안개가 껴서 유람선이 운행되지 안을 수도 있으니 운행되지 않을 경우 돈을 물려 준다고 귀뜸해 주었다.
배타는 시간 30분전 즈음 선착장에 당도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에 줄지어 표를 물리고 있었다. 안개 때문에 배를 탈 수 없다는 것이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황포강풍경에 취해 버린 나와 일행은 마지막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표를 물린 유람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이제 선착장에는 내일행과 다른 두명만 달랑 남았다. 배출발시간을 5분여 남겨 놓은 시점이였다. 바로 그때 유람선 직원이 달려 왔다. 배를 탈 수 있다는 것이였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서둘러 유람선에 올랐고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는 정시에 출발하였다. 200명을 태울 수 있는 배에 유람객은 4명, 직원은 15명이였다 .
우리 4명을 200명을 대하듯 유람선 직원들의 서비스는 빈틈없이 철저했다. 강양안의 풍경을 빼놓지 않고 방송으로 설명해 주었고 주문한 따뜻한 원두커피도 아주 제맛이 였다. 그야말로 유람선을 통채로 전세 낸 기분이였다 . 국제도시 상해의 서비스정신과 상해풍격의 소프트웨어를 충분하게 느끼게 하는 순간이였다. 파도에 실려오는 깨끗한 물냄새를 맡으며 뱃머리에 섰다. 황포강양안의 그림같은 풍경이 한눈에 안겨왔다.
강 이쪽에는 동방명주 상해중심센타 등 하늘을 찌를 듯 마천루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강저쪽에는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유럽풍격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동양과 서양문화가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 한폭의 아름답고 거대한 그림이였다.
상해는 이제 내가 가본 서울이나 도쿄 런던이나 파리 등 유명한 국제도시에 비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절대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 국제도시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상해를 느껴 보았다.
숲속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아파트들, 도심을 흐르는 개천의 작은 물고기 떼, 가로수옆에 서있는 패션차림의 늘씬한 상해여인 ,안개속에 수목화 같이 펼쳐진 동방명주와 상해중심센타, 유람선에 앉아 있는 나에게 커피잔을 받쳐 들고 웃으며 다가오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주마등 처럼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