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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탐사기획] 기화(氣化)하는 노동자의 생명... 폭염 속 ‘살인적 일터’가 남긴 비극과 과제

 

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송은하 기자 | 2025년의 여름은 유례없는 기록적 폭염으로 점철되었다. 9월 11일 현재,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4,460명으로 전년 대비 20.4% 급증했으며, 이 중 29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특히 9월 들어서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건설현장과 배달업종 등 야외 노동자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본지 탐사취재팀은  정부 발표와 산업계 실태를 바탕으로 폭염 노동자 사망의 구조적 원인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심층 분석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및 중대재해 속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거나 안전관리 부실로 도마에 오른 주요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 대형 유통·물류 기업의 사각지대: 지난 7월 경기 연천에서 근무를 마치고 자택에서 사망한 CJ대한통운(000120) 소속 택배노동자 사례와 더불어, 이마트(139480) 트레이더스 등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하역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반복되었다. 이들 사업장은 에어컨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렵거나 환기 시설이 미비해 실내 체감온도가 외부보다 5도 이상 높은 '찜통' 상태였다.

  • 건설 대기업의 반복되는 비극: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000720)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의 현장에서도 올해만 1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폭염기 온열질환과 연관된 추락 및 실신 사고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및 중대재해처벌법)

 

정부는 올해 폭염 대응 예산을 기존 200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폭염 안전 특별대책반'을 가동했다. 그러나 9월 11일 현재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여전하다.

 

  1. 무력화된 휴식권: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안에 따라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이 명문화되었으나, 건설현장의 '공기(工期) 단축' 압박 앞에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등 연속 공정이 필요한 작업은 "멈출 수 없다"는 이유로 예외 조항이 악용되었다.

  2. 부적절한 측정 방식: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은 기상청의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의 복사열과 밀폐된 물류센터 내부의 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 9월 11일 취재 결과, 일부 현장에서는 온도계를 그늘진 사무실에 비치해 규제를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

 

기후 위기 시대, 폭염은 이제 '재난'이다. 9월 11일 고용노동부는 산재 사망 반복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사후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시스템의 전환이다.

 

  • 실효적 작업 중지권 보장: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했을 때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 중지권'을 폭염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 스마트 안전 장비 보급: 모든 야외 노동자에게 심박수와 체온을 실시간 체크하는 '웨어러블 밴드' 지급을 의무화하고, 한계치 도달 시 관리자에게 즉각 알람이 가는 시스템을 대기업부터 도입해야 한다.

  • 냉방권의 기본권화: 물류센터 등 대규모 실내 작업장에 정밀 환기 시스템 및 국소 냉방 장치 설치를 법적 의무 사항으로 격상해야 한다.

 

우리는 또 한 번의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수많은 노동자를 떠나보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증발'시키는 행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수치다. 정부의 강력한 행정 감독과 기업의 진정성 있는 투자가 만날 때만 '폭염 사망 제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가올 2026년의 여름은 더 이상 누군가의 비극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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