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지난 8월 31일 새벽 6시 20분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죽전테라스앤139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교보생명 100%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 임직원 3명과 30~40명의 건장한 용역 인력을 새벽 시간대에 투입해 관리사무소와 단지 주요 시설을 점거하면서 상식적 절차에 의한것이냐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버스 2대와 경찰관 10여 명이 출동했지만, 용역들은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고 상가, 비상계단, 화장실 등 주요 공간에 배치된 채 일정 시간 자리를 지켰다. 일부 입주민은 “엘리베이터가 멈춰 단지 안에서조차 이동할 수 없었고, 집이 아닌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며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다.

입주민들의 진술에 따르면 용역들은 관리사무소의 잠금장치를 파손하고 단지로 진입했으며, 단순 관리 목적이라기보다는 통제와 경비 중심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주민과의 대화 대신 완력으로 현장을 장악했고, 단지의 일상적 운영이 완전히 마비됐다. 전문가들은 “용역 인력이 실질적으로 경비 역할을 수행할 경우, 법적으로는 경비업법상 인가와 요건을 갖춘 정식 경비업체여야 하며, 이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경비 활동을 하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준공 지연과 하자 보수 방치가 있다. 교보자산신탁이 책임준공토지신탁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시공사 C사의 부실로 준공은 9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3,000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으나 보수는 장기간 방치됐고, 일부 입주민들은 자비로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분양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수분양자들이 늘어나면서 교보자산신탁과 시행사 B사, 그리고 입주민 간 갈등은 첨예하게 격화됐다. 현재 교보자산신탁은 정상 입주 세대 70세대와 무단 입주 또는 주관 절차를 따르지 않은 50여 세대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요신문에 의하면 교보자산신탁 측은 “문제의 책임은 B사와 일부 무단 점거 세대에 있다”며 “관리권이 신탁사에 있고, 자물쇠 등 시설물도 신탁사의 소유권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B사가 일부 세대를 볼모로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행사 B사는 “교보자산신탁이 제시하는 관리 위임장만으로는 공용시설의 강제 점유와 엘리베이터·비상설비 중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법원의 강제집행 결정 없이 새벽 시간대에 용역을 투입한 것은 명백히 주거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본지는 별도로 교보생명 장전무, 교보자산신탁 강대표에게 인터뷰 소통을 원했지만 반론권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실질적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다고 해도, 명도집행은 반드시 법원의 집행관이 참여해 절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집행관이 없는 상태에서 신탁사 직원과 용역이 직접 나서 관리사무소를 강제로 점거한 것은 사적 실력행사에 불과하며, 판결문과 집행문 없이 이뤄졌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용역 투입이 단순 관리권 확보가 아니라 향후 단지 매각과 사업 정리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자산신탁이 재무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업권을 장악해 매각을 주도하기 위해 물리적 힘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교보자산신탁의 영업손익은 최근 급격히 악화돼 2023년 -375억 원, 2024년 -3,1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배 가까이 적자가 확대됐다. 이 같은 부실 경영 속에서 현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물리력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겠냐는게 시행사 변호인단의 해석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입주민이다. 준공 지연과 하자 방치, 위력을 통한 점거로 인한 생활 불편과 안전 위협이 모두 주민들에게 전가됐다. 일부 주민들은 자녀를 등교시키지 못하고, 노약자는 단지 내 이동이 제한되며 사실상 ‘강제 격리’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분쟁이 아닌 법치주의와 ESG 윤리경영의 시험대로 본다. ESG 경영을 강조해온 교보생명 그룹이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의 행동으로 인해 심각한 평판관리에 대해 주의깊게 바라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ESG의 핵심인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 영역까지 많은 고려가 있었는지를 교보자산신탁에 묻게 될 수 밖에 없다.

관계 당국은 현장 실제기능에 맞춘 용역업체의 자격 요건, 법적 절차 준수 여부, 주민 안전 보장 문제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관리업무가 아닌 경비의 성격이 강하다면, 용역업체가 경비업법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면 해당 업체와 이를 지휘한 교보자산신탁 임직원 모두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이 현장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을 여실히 보여줬다. 갈등의 끝이 단순한 점거 사태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부동산 신탁업계와 대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를 촉발하는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