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이슈보도팀 | "한국 기업이 살려면 기업 지배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한국ESG평가원은 최근 발간한 12월 보고서에서 ‘밸류업(value-up)’ 정책의 개념과 필요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ESG평가원은 일본, 이스라엘 등의 사례를 통해 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분석했다.
밸류업이 필요한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밸류업이란 주가가 장부가치 이하로 저평가된 기업(주로 PBR 1배 미만)들이 스스로 자본수익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정책·프로그램을 말한다.
*PBR(Price Book 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주가가 그 기업의 순자산가치(장부가치) 대비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가 2023년 3월부터 PBR 1배 미만 상장사들에 대해 “자본비용을 의식하고 주가를 높일 방안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일본에서 ‘밸류업’이라는 용어가 본격 쓰이기 시작했다.
이 정책의 효과로 2024년 들어 닛케이 지수가 급등하는 등 일본 증시가 활기를 띠자, 우리 금융당국도 밸류업 정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각성 부각
한국ESG평가원은 한국 증시 전반에 만연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지적한다. 실제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PBR 1배 미만 상태이며, 한국 기업들의 평균 PBR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이 같은 저평가로 인해 주가 상승률 자체가 억제되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마저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이유 역시 낮은 주가 수익률과 장기 정체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핵심 과제
한국ESG평가원은 밸류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선 대주주(재벌 총수일가)의 지분이 낮아도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복잡한 출자 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다.
사외이사제·주주대표소송 등 미국식 거버넌스 제도가 형식적으론 갖춰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주주의 영향력이 워낙 커 이사회와 주총이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대기업의 ‘게이레츠(계열)’나 이스라엘 재벌기업처럼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스라엘은 ‘2층 출자 구조’로 대기업집단을 재편하고, '소수주주 동의제'를 도입해 실질적 견제를 강화했는데, 그 효과가 실증 연구로도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2층 출자 구조: 모회사-자회사 식으로 상하 2단계까지만 출자를 허용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식.
*소수주주 동의제(Majority of Minority rule): 대주주를 제외한 소수주주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만 특정 거래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이스라엘의 특별 재판부
이스라엘은 텔아비브지역법원에 경제부라는 특별 재판부를 설치했다. 여기서 일하는 판사들은 오직 증권법, 상법 관련 민사소송과 증권법 위반과 관련된 형사사건만 다룬다. 이는 소액주주여도 기업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었다.
또한, 속전속결로 기업과 주주들간의 소통을 중재하면서, 거버넌스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고 있다. 이는 점차 판례로 쌓이게 되며, 추후 또 다른 거버넌스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 한다.

한국식 밸류업 해법은?
한국ESG평가원은 “단순히 증시 부양책이나 배당 확대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없다”며,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동시에 개혁해야 기업 가치가 근본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출자 단계 규제(계열사 지배구조 단순화) ▲소수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주주대표소송 활성화) ▲기관투자자의 독립성 강화(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충실 이행) 등을 거론했다.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총수일가나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억제하고, 경영자가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자율규범.

"모방뿐인 개혁은 허상"
끝으로 한국ESG평가원은 보고서에서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혁이 미비한 상태에서 일본식 밸류업을 피상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근본적인 재벌개혁과 더불어 한국형 밸류업 프로그램을 설계·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밸류업 정책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증시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중장기적 개혁 과제”라며 “정부, 기업, 투자자 모두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윤태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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