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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M

가을모기 보고서


새벽 4시에 책상에 앉았다. 나의 짙은 잠을 깨운 건방진 녀석은 몸길이 15㎜, 무게 2㎎의 모기다. 손등이 볼록한 가려움은 손톱으로 꾹꾹 누르고 참을 수 있으련만, 귓가에서 애앵~거리는 날갯짓 소리는 참을 수가 없다. 두꺼운 솜이불을 머리까지 덮어도 소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1초에 600번 가량의 날갯짓을 한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500~600㎐의 높은 소리는 짜증스럽기만 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청음의 범위가 좁아져 모기의 고음역 날갯짓 소리는 잘 들리지 않게 된다고 하는데,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 내 귀는 늙지 않은 모양이다.

10월 말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은 어느 나라 속담이란 말인가. 여하튼 세상이 이상해진 게 분명하다. 지구온난화 운운하는데 그 때문일까. 도심의 열섬현상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모기의 성장속도가 빨라져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원래 성충이 되려면 12일 정도 걸리는데 지금은 열흘이면 충분하단다. 영양분이 좋아지면서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암컷 모기가 영양분 좋은 사람의 피를 먹고 알을 낳으니 그 역시 성장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한다.  

모기의 화석은 1억7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하니 만만하게만 볼 놈이 아니다.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쓰고 불을 컸다. 올여름 장만한 전기모기채를 한손에 들고 전쟁을 선포한다.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나의 눈은 레이더를 발사하듯 구석구석 뒤진다. 분명 소리가 들리는데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다 내 앞을 스쳐 가는데 다시 사라진다.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성공. 찌지직~ 불꽃을 튀기면서 감전사하는 소리가 난다. 가을모기 꽤나 큰놈이었나 보다. 주제넘게도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난다.

이제야 편안한 잠을 청해야겠다고 불을 끄는데, 다시 애앵~ 소리가 난다. 한 마리 더 있는 모양이다. 아님 살아난 것인가. 정말 화가 난다. 잠을 포기하고 불을 켠다. 새벽 4시 나는 책상에 앉았다. 인터넷에는 ‘모기를 피하는 법’을 이것저것 소개하는데, 딱히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혈액형 O형의 피를 모기가 더 좋아한다는 근거 없는 정보도 있다. 참 일본사람다운 말이다. 내일 당장 모기장이나 마련해야겠다.

모기의 등장이 오래된 만큼 모기장의 역사 역시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중국에도 일본에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군수품에도 포함되어 있다. 일설에는 고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도 애용했다고 한다. 열대지방에서는 없어서 안 되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여름날밤 모기장에 대한 추억은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기억된다. 외갓집 대청마루에 모기장을 설치하면 할머니, 이모, 사촌들 대여섯은 들어갔던 것 같다. 아랫단을 들고 들어갔다 나왔다 얼마나 재미났던지 결국에는 한쪽 모서리의 못이 떨어져 모기장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누나들이 아랫단을 꼭꼭 밟아서 동생을 못 들어오게 하고 울렸던 기억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는 ‘모기장 밖(蚊帳の外)’이라는 말이 있다. 왕따를 뜻한다.


고선윤 백석예술대학교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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