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1/02] 2016 신년을 알리는 유럽의 축제 속에 눈꽃과도 같이 빛나고, 조화롭던
바이올리니스트 박민하의 베토벤 트리플 선율이 흐르다.
그 누구에게나 새해가 다가오는 것은 설렘 속에서 더 굳은 다짐과 의지 속에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들을 향해 조금 더 전진하게 되는 새로운 출발점과도 같다. 작년의 아름다웠던 순간과 아쉬움들을 뒤로 한 채 조금 더 나은 새해를 맞이하고픈 세계인들 속에서 무엇보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유럽인들의 삶은 마치 그 시작을 알리는 종처럼 신년음악회를 찾아오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1일과 2일, 새하얗게 세상에 내리던 눈으로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박힌 눈꽃들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박히듯 바이올리니스트 박민하의 베토벤 트리플 선율이 체코의 테플리체와 프라하의 드보르작홀에 흐르고 있었다.
트리플 연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다장조, Op. 56은 베토벤의 작곡 인생에서 가장 원숙기라 할 수 있던 30대 중 후반에 만들어져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피아노가 절묘한 균형감 속에서 악기 하나하나가 가진 매력들을 모두 표출시키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조금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협력이 절실한 이때에, 음악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듯 체코의 테플리체에 이어 프라하 드보르작홀의 신년 음악회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박민하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이자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심사위원인 첼리스트 Kirill Rodin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섰다. 이미 객석을 가득 메운 홀은 눈꽃 하나하나 그만의 독특한 모습을 한 결정체가 다르지만 그것들이 모여 하얀 하나의 눈 세상을 이루듯, 그녀의 연주는 혼자만 빛나기 보다는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 그리고 오케스트라 속에서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하얀 세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자칫 높은 음색에 치우쳐 놓칠 수 있는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결코 첼로에 뒤지지 않는 중후함을 보여주었고, 피아노만큼 깔끔하면서도 시원했던 음들이 그녀의 현 사이로 흘러나왔다. 어쩌면 그녀의 손 끝이 마치 현이 아닌 건반을 누르는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 만큼 명확하고도 예리했다. 결코 짧지 않은 약 40여 분의 걸친 연주 속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민하를 비롯해 두 연주자 모두 자신들이 앞으로 1년 동안 쏟아 부을 모든 음악적인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듯 홀 안을 메워내었다. 게다가 베토벤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가 진취적인 신년의 다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내는 듯하다 보니 관객들은 뜨거운 관심과 그들의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의지를 가득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휘자 역시 세 연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어린 바이올리니스트 박민하가 보여주었던 성숙하고도 당찼던 바이올린 선율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듯 악수를 나누었다.
그녀가 2016년의 신년 음악회에서 보여주고 들려준 선율은 어쩌면 자신만이 빛나려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이 가진 독특하고도 빛나는 결정체를 잊지 않으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환하고 밝은 세상을 만들며 자신도 더 진정한 빛을 낼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했다. 물론 추운 겨울, 세상에 내리는 눈이 봄이 찾아오면 모두 녹아 내리지만 그 또한 사람들과 세상의 따뜻한 마음 속에 젖어 들어 새싹을 피우는 것처럼 앞으로도 그녀의 연주가 세상 곳곳을 비추며 또한 사람들의 영혼 속에 젖어 드는 박민하라는 결정체의 선율이 또 다시금 귓가에 울려 퍼질 그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글쓴이. 비엔나에서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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