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캄보디아의 한 외딴 지역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수익 일자리'에 속아 납치된 후 고문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남아시아에 뿌리내린 국제 온라인 사기(스캠) 조직의 잔혹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가용 자원 총동원"을 지시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발시켰다.
사기 조직의 덫과 고문 사망 사건
사망한 22세 대학생 박 모 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박람회 참석을 명목으로 출국했으나 곧바로 범죄 조직에 의해 납치되었다. 조직은 가족에게 3만 5,000달러(약 5,000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결국 박 씨는 심장마비와 고문의 흔적이 남은 채 캄포트주(州) 보코산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납치 및 감금 범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폭력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범죄 조직에는 과거 한국 내 마약 유통 사건의 주범이 연루된 정황까지 포착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캄 합동 TF 출범과 송환 딜레마
한국 정부는 외교부 차관과 경찰 수뇌부를 포함한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급파했으며, 캄보디아 정부와 '한-캄 스캠 합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범죄 척결에 나섰다. 합동 TF의 최우선 과제는 현재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피의자 약 63명(14일 기준)의 신속한 송환이다.
하지만 송환 과정은 순탄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캄보디아 당국의 수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고, 구금된 한국인 중 상당수는 스스로 범죄에 연루된 '자발적 참가자'이거나, 본국에서의 처벌을 두려워해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동남아시아 스캠 조직이 주로 고금리 불법 대출로 빚에 허덕이는 한국의 청년들을 "빚 탕감" 또는 "고수익 알바"로 유인하여 강제 노역시키는 패턴과 맞물려 한국의 심각한 국내 문제를 해외 범죄 조직이 악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만 명 강제 노역' 국제 범죄의 그늘
유엔 및 관련 기관의 추산에 따르면,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이러한 온라인 범죄 단지에는 한국인 약 1,000명을 포함해 총 20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사실상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 암호화폐 사기(일명 '돼지 도살' 스캠) 등의 범죄에 강제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한 국제 범죄 조직의 수익원으로 전락했으며, 그 규모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경찰 주재관 추가 파견을 추진하는 등 국민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캄보디아 내의 부패한 공권력과 결탁한 것으로 알려진 조직의 뿌리 깊은 구조를 척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