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 시험 응시 대신 ‘대학거부’를 선언했던 젊은이들이 있다.
수능을 거부한 학생들은 매년 나타났지만 세상은 이들의 목소리를 주목해도 그때뿐,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학 서열화에 기반한 학벌 체제가 굳건하다.
수능을 거부했던 김씨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충분조건인 학력사회에서 ‘주변인’을 택한 대학 거부자들은 ‘알바 인생’을 살며 여전히 노골적인 학력 차별을 경험했다" 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을 거부한다더니 어디 한 번 잘 사나 보자’는 세상의 시선에 멋지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우리 세상살이는 정해진 것처럼 팍팍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현재 교육공동체 ‘나다’에서 청소년 강좌 기획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홍익대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날랐고, 마트 특판행사 요원으로도 일했다. 주 40시간 꼬박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그는 “지원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해 아르바이트조차 진입장벽이 높았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일자리,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소수자로서의 고립감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모두가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제로섬 게임의 입시 경쟁사회와 학력(學歷)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대학거부 선언에 동참했던 박씨는 현재 구직활동 중이다. 지난해 8월 근무하던 대기업 가전제품 제조공장이 파견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전에도 박씨는 콜센터, 식당 서빙, 공장 생산직 등 ‘밑바닥 노동’을 해왔다.
함께 생산직으로 일했던 중년 여성 노동자가 “대학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차라리 대학 안 간 게 현명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정작 자기 아들의 대학 입학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씨는 “씁쓸했다”고 말했다.
업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데도 “사무직은 대졸자여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중소기업의 학력차별에는 큰 상처도 받았다.
박씨는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설 곳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역시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사회의 학력 차별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이들 대학 거부자들은 “그때로 되돌아가도 선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험을 위한 공부는 정작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가로 막았다”며 “다른 대학거부자들과 함께 주거협동조합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서로 도우면서, 대학 진학에 목매는 현실에 계속 문제제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