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권의 주요 인사 및 정책 결정은 비선실세에 의해 이뤄지며 그 중심에는 정윤회 파와 박지만 부부 파간의 암투가 있다는 소문이 지속되고 있다. 비선실세와 관련하여 언급한 카토 타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두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국가적 이슈인 '정윤회 국정개입' 관련 청와대 문건은 오래 전부터 세간에 떠돌던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로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하여 김기춘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이다.
이 문건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공문서 불법유출과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문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대통령 측근 동향 보고업무 관련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박관천 경정과 주변 인물들이 정윤회 파와 박지만 부부파 간에 싸움을 붙이기 위하여 실체가 없는 허위 사실을 조작·유출·유포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박 대통령이 예단한 대로 박 경정 등이 근거 없는 지라시(선전지)로 국정농단을 시도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 중심인물은 박 경정의 부하로서 자살한 최모 경위라고 밝혀졌다. 최 경위가 문건 유출 경로를 조작하여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유출경위서를 청와대에 보고하게 하고 자신은 문건을 언론사에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에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박길홍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첫째, 지라시를 유출한 것이 죄가 되는지 여부이다. 박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이 문건은 지라시 수준으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예단하였다. 검찰 수사는 이 문건이 지라시라고 확인하였다. 허위 지라시 유출은 유출도 아니고 죄도 아니다. 최 경위가 목숨으로 속죄해야만 할 그런 죄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죄는 실체가 없는 허위 지라시를 진실인 것처럼 보도하여 명예훼손을 한 세계일보에 있다.
실제 청와대는 이미 문제의 문건이 유출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지라시이므로 이를 무시해 왔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민간인 신분이었던 지난 5월 청와대에 직접 가서 문건 유출을 알렸다. 박지만 회장도 세계일보로부터 문건을 입수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안 사고를 경고했다. 세계일보 역시 문건을 가지고 있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청와대에 통보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보고나 회수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건 유출 사건을 방치해 왔다.
둘째, 청와대 책임론이다. 지라시 유출이 죄가 된다면 이것이 청와대 문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청와대도 관리소홀과 직무유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 문건은 지라시 수준이라서 청와대는 유출 사실을 진작 알고도 의도적으로 무시해 왔다. 따라서 문건 유출 관련하여 청와대의 법적 책임은 없고 검찰 조사도 필요 없다. 그렇다면 ‘지라시 유출이 청와대는 무죄인데 왜 박 경정은 유죄인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법리적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범행동기가 ‘불장난’으로 귀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찰공무원 몇 명이 정국을 뒤흔들어 보려는 호기심으로 위법 소지의 부담을 안은 채 세간에 떠도는 정윤회 관련 의혹을 ‘권력암투설’로 확대재생산하여 지라시로 유포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치기어린 ‘불장난’ 때문에 권력 핵심부가 전전긍긍하고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넷째,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공개한 후 국민 여론이 예상과 달리 미개하게도 지라시에 놀아나서 크게 악화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검찰은 이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고 그 유출에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이 가정이 옳다면 정말 중대한 국가적 위기가 된다. 즉 청와대 공식 회의자료가 지라시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지라시를 가지고 국정을 논의하여 정책을 결정하며 심지어는 국정농단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청와대는 국가정책의 기본 방향과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라시 수준의 근거자료를 가지고 정책결정을 한다면 국가운영이 부실화하여 위태롭게 된다. 그동안 연이은 인사실패도 그래서 그랬을 수 있다.
박 경정은 체포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충성한 것이 후회가 되고 언젠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하였다. 국민이 박근혜정부를 믿고 국정운영을 맡긴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길 부탁드린다.
김혜정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