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새로 출시한 요거트 ‘요파’ 광고로 비판을 받고 있다. 광고는 성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과 문구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다. 두 달 만에 영상은 삭제되었지만, 아직 여파는 가시지 않고 있다.
빙그레는 '요파' 광고를 통해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성관계에 숙고적인 자세를 취하는 남자를 '영양가 없는 남자'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 광고는 지난 10월 21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 공개됐으며, 종합편성채널 JT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외국 남성들이 각각 다른 에피소드를 총 5편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광고에서 여성은 터키 출신 에네스 카야에게 "오빠, 이번 100일 날 1박2일로 여행가는 것 어때?"라고 제안한다. 이에 에네스 카야는 "너 생각이 있어 없어? 어떻게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외박할 생각을 해?"라고 대답한다.
이에 "그래 넌 애인이 아니라 남자다"는 문구와 함께 여성이 "영양가 없는 오빠 1번 너무 꽉 막힌 오빠"라고 말한다. 한편 에네스 카야는 최근 사생활 문제로 네티즌들에게 이슈가 된 바 있다.
세 번째 광고에서 여성은 프랑스 남성 로빈 데이아나에게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라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어 여성은 "그럼 우리집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갈래?"라고 말한다. 여성의 뒤로는 여우꼬리 이미지가 등장한다.
성적인 의미가 내포된 문구를 문제없다는 듯이 노출시켜 청소년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남성이 제안을 거절하자 여성은 "아, 이게 아닌데"라며, "짜식, 눈치 없기는"이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다섯 편으로 제작된 '요파' 광고는 "이제는 영양가 없는 오빠 말고, 영양가 높은 요파를 만나자"는 해설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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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들은 여성이 강하게 성관계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동시에 이를 모르거나 거절하는 남성을 '영양가 없다'고 표현한다. 어린이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즐겨 먹는 요거트 광고에 일명 '섹스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광고가 논란이 되자 이광호 교수(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빙그레라는 거대 식품 기업이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연애를 하면 당연히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강화시킨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심각하게 왜곡된 성관계 중심의 성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만 선보인 것으로 TV 광고는 하지 않았다"며 "20대 이상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재밌는 내용의 광고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빙그레에서 광고 대상이 20~30대라고 한 것과 달리 유튜브에 게시된 광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빙그레는 지난 16일 '요파' 광고를 유튜브에서 삭제하고 "앞으로는 논란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파' 광고는 지금도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미 영상을 공유해 놓았기 때문이다.
매체를 통한 성의식에 대한 연구를 해온 이광호 교수는 "초등학생까지 먹는 요구르트 광고를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미 다 퍼진 영상을 삭제하는 것 보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태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후디스, 롯데푸드, 풀무원다논 등이 정통 그릭 요거트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빙그레가 '섹스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윤준식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