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김준호 기자] 매설된 송유관까지 터널을 뚫고 기름 수십억원어치를 훔쳐 온 기업형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터널을 판 뒤 한국송유관공사에서 관리하는 송유관에 밸브 등을 설치하고 83억원 상당(약 463만ℓ)의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로 2개 조직을 적발, 박모(48)씨와 김모(48)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20명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인천 서구의 한 주유소를 빌려 지하터널을 판 뒤 송유관에서 기름 11억원 상당(약 60만ℓ)을 훔치는 등 경기 평택·용인, 전남 순천, 경북 김천 등 전국 7곳에서 81억원 상당(약 450만ℓ)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유사석유를 제조해 판매하던 중 송유관 절도가 더 수익이 크다고 판단, 전국의 기술자를 모집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시간대별로 송유관에 흐르는 기름의 종류(휘발유·경유·등유 등)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종류별로 훔친 뒤 직접 주유소에서 판매하거나 중간거래상에게 되팔았다.
이들은 빌린 주유소 내 보일러실이나 숙직실 등에 가구 등으로 위장한 격벽을 설치한 뒤 바닥을 굴착하고 매설된 송유관까지 10~30m 길이의 터널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외부에선 땅을 판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일부 주유소의 경우 수개월 동안 일한 아르바이트생들도 박씨 등의 범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 등은 단속될 것에 대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철저한 분업형태로 범행했으며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바지사장을 위장자수시켜 수사에 혼선을 주는 등 치밀하게 수사망을 피해갔다.
또 다른 조직인 김씨 등 9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인천과 전남 순천지역 송유관로 주변 주차장 부지를 빌린 뒤 송유관로까지 땅을 파 2억원 상당의 기름(약 13만ℓ)을 훔친 혐의로 붙잡혔다.
김씨 등은 탱크로리 차량이 일반 주차장에 드나들면 의심을 살 것이 걱정되자 덤프트럭을 불법 개조한 차량을 이용해 훔친 기름을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는 범죄는 종종 있기 했지만 이번처럼 전국을 무대로 한 조직적인 범행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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