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이소현 기자]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가 2010년 12월 69살의 나이에 대동맥 파열로 숨지기 전 몇 달 동안 남몰래 남긴 육성일기가 공개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홀브룩을 주인공을 한 다큐멘터리 '외교관'(The Diplomat)을 개봉에 앞서 감상하고, 그 속에 삽입된 육성일기의 내용을 보도했다.
그동안 존재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홀브룩의 육성일기는 2010년 8월부터 숨지기 전까지 거의 매일 녹음된 것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둘러싸고 홀브룩과 백악관이 빚은 갈등을 담았다. 일기에서 홀브룩은 백악관이 지나치게 미군의 말에 의존하며, 매우 자주 국내 정치적 계산을 전략적 사고로 오해한다며 비판했다.
일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을 결정할 무렵 그는 추가 파병이 과연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대신 탈레반 또는 이란, 파키스탄과 같은 이웃 국가들과 타협에 나서자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홀브룩은 자신의 의견이 백악관에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8월 11일의 일기에는 홀브룩이 톰 도닐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찾아갔을 때 도닐런은 흥분한 상태로 "당신은 너무 느리고 전략도 없다. 대통령이 불만이 많다"고 거듭 말했다. 홀브룩은 그런 그에게 "우리는 전략이 있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전략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도닐런은 더욱 흥분했다고 한다. 홀브룩은 그날 일기에서 "톰은 '내 전략은 내가 만든다' 같은 말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는 전략적인 감각이 전혀 없고 그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정치"라고 비난했다.
'외교관'의 감독인 홀브룩의 아들 데이비드 홀브룩은 "그는 대통령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일종의 음치였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냉철하고 계산적인 반면 아버지는 불 같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묘사했다.
일기에는 백악관과의 불화 외에도 그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당시 아프가니스탄 연합군 사령관과 겪은 갈등도 담겼다. 홀브룩은 탈레반의 힘이 약해질 때까지 평화협정을 미루자는 퍼트레이어스의 전략에 대해 회의를 나타내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를 믿지 않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홀브룩은 1960년대 이후 모든 민주당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주요 외교 무대의 분쟁해결사로,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면서 보스니아 내전 종식에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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