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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비평

학과 존립 압박 속 대리시험…광주 사립대 교수들 학사부정의 민낯

학생 줄자 시험 대신 쓴 교수들, 비리 폭로 요구한 학생도 함께 처벌
지방 사립대의 위기와 붕괴된 학사 신뢰…대리시험 사건이 던진 경고

 

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학과 존립을 지키기 위해 교수들이 학생 대신 시험을 치르고, 이를 문제 삼은 학생은 협박 혐의로 처벌받는 이례적인 사건이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대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지방 사립대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법원 판결문과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대학 교수 A씨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재학생들의 중간·기말고사 답안지를 총 29차례 대신 작성해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교수들 역시 성적 조작에 직접 가담하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확인됐다. 학사 행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법 행위였지만, 범행의 배경에는 학과 폐지에 대한 극심한 압박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당 학과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생 충원이 되지 않을 경우 학과 통폐합이나 폐과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이 시험에서 탈락해 제적될 경우 학과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교수진 전반에 퍼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학 측이 지속적으로 ‘재학생 유지’를 요구하며 사실상 성과 압박을 가해왔다는 진술도 법정에서 언급됐다.

 

재판부는 교수들의 행위가 명백한 학사 부정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학과 존립에 대한 압박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존재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교수 3명과 조교 1명에게 각각 벌금 150만 원에서 600만 원이 선고됐다. 형사처벌이 내려졌지만 실형이나 집행유예 없이 비교적 낮은 수위의 벌금형에 그친 셈이다.

 

사건의 또 다른 축은 학생의 행동이었다. 대리시험과 성적 조작 사실을 인지한 한 학생은 이를 문제 삼아 교수들에게 “비리를 교육부에 알리겠다”고 말하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정당한 내부 고발이나 권리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협박 혐의를 인정해 해당 학생에게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학 내 비리 제보와 협박의 경계, 그리고 학사 부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부 비리를 외부에 알리겠다는 행위 자체는 공익적 제보로 평가될 수 있지만, 금전적 요구와 결합될 경우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한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방 사립대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령인구 급감 속에서 일부 대학은 학과 유지와 재정 확보를 위해 무리한 학생 유지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학사 관리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수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에는 구조적 압박이 지나치게 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과 학과 평가 제도가 성적과 재학생 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유사한 학사 부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학문 공동체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교수 개인에 대한 처벌을 넘어,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과 감독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시험 대리와 성적 조작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마침표이자, 동시에 지방 사립대 위기와 고등교육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과 존립과 교육의 공정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지,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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