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김민제 기자 |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시행이 임박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25년 10월 20일 현재, 해당 지침의 최종 승인과 각 회원국 법제화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에 따라 EU 시장에 진출해 있거나 EU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공급망 실사 의무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U CSDDD는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기업은 자사 사업 운영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하위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아동 노동, 강제 노동, 임금 차별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삼림 벌채, 오염 물질 배출 등 환경 파괴적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자사의 직접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사업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잠재적 또는 실제적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완화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에 기반을 둔다.
국내 기업들에게 CSDDD는 상당한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복잡하고 다단계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기업의 경우, 모든 협력업체의 인권 및 환경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중소 규모의 협력업체들은 자체적인 실사 역량이 부족하여 국내 대기업이 이들을 지원하고 교육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또한, 공급망 내 투명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시스템 구축은 초기 투자 비용을 동반하며, 이는 기업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첫째, 공급망 전반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공급망 추적 시스템, AI를 활용한 리스크 분석 솔루션 등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 ESG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컨설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된다. 셋째, 기업 내부적으로는 ESG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이사회 수준의 감독 체계를 마련하여 공급망 실사를 핵심 경영 의제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EU CSDDD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 스탠더드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초기에는 규제 준수 부담이 크겠지만,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투자 유치 용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소극적인 대응은 EU 시장에서의 사업 철수, 막대한 벌금 부과, 기업 평판 하락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EU CSDDD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 또한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적 지원, 정보 제공,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글로벌 ESG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더 이상 특정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국가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어젠다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