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인 이 영화는 먼 훗날의 우리가 겪게 되거나,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늘날 노인들이 처한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 모습, 미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네 남녀 노년의 사랑을 통해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감동을 전하고 있다.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은 젊은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소중함을, 중년 이상의 부부들에게는 사랑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당신이란 말은 못 쓰지. 먼저 간 내 당신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그대… 그대를 사랑합니다.”
- 만석이 이뿐이에게
모난 성격인 ‘만석’은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이 살아온 그녀에게 ‘이뿐’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그녀의 첫 생일상을 차려준다. 만석의 고백에 이뿐은 눈물을 흘린다.
한편 수십 년을 함께한 치매 걸린 아내 ‘순이’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남편 ‘군봉’, 서로가 없는 삶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에게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눈물겹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특별한 사건 없이 평범한 일상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대와 함께 하기에’ 그 소소함이 특별해지는 2개의 액자로 구성 된 사랑이야기다.
끝난 줄 알았던 사랑이 다시 돌아오다
사랑에 빠진 얼굴은 누구나 아름답다. 모난 성격의 만석 또한 이뿐 에게 만은 자상한 남자이다. 속은 따뜻하지만 말솜씨가 없어 퉁명스러운 만석은 파지 줍는 이뿐 에게 우유팩을 모아 건네기도 하고, 비탈길을 오르내릴 때면 넘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노년은 누구나 겪는 시기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에 울고, 무엇에 웃을 것인가. 시간은 그들을 나이 들게 했을 뿐 노년이 되어 다시 찾아온 사랑에 대해 어떠한 것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들처럼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게 곧 행복임을 깨닫는 나이다. 사람이 행복을 누리는데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마지막 사랑은 당신이야
주차 관리인 군봉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며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증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이다. 하지만 군봉에게 마지막 남은 삶의 의미에 가깝다. 한겨울 내복 차림의 순이는 문밖을 나와 길을 잃게 된다. 놀란 마음에 한참을 헤매다 순이를 발견 한 군봉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말한다. 무사히 돌아와 줘서 감사하다고. 아내를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도 군봉이 느낀 가슴의 먹먹함이 그대로 전달되어 지는 것만 같다. 시간이 흘러 죽음을 함께 맞이하는 그들은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사랑과 의무를 다하는 인물 묘사로서 더 큰 감동을 전해 준다. 어쩌면 사랑, 연애, 결혼 같은 것들은 애초 그 가치와 필요를 잘 모르는 젊은이보다는 노인에게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다 황혼 이혼율이 증가한 가운데 이 영화는 노년에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로맨스와 일편단심 마지막까지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을 다방면, 현실적으로 노년의 모습을 절실히 보여준다. 쉽게 만났다 헤어지는 현재의 우리들의 삶에서, 훗날 나는 ‘그건 사랑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현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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