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발표하면서 '보금자리 딜레마'가 불거지고 있다. 입주 자금을 낼 수 있는 수준이면 청약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고, 청약 자격을 갖춘 '서민'은 입주 자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생애최초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만 적용 중인 소득 기준을 다른 특별공급과 60㎡ 이하 소형 주택의 일반공급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인 388만9천원(3인 기준)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맞벌이는 120%(466만6천원) 이하까지 허용되지만 부부 중 1명의 소득이 100%를 넘으면 역시 청약할 수 없다.
또 본인 능력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자들의 청약을 배제하기 위해 은행 예금이 일정액 이하일 때만 청약할 수 있게 하는 금융자산 기준을 도입하는 등 청약 자격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이미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주변 시세의 85% 수준으로 5차 보금자리의 예상 분양가를 추산한 결과 과천지식정보타운은 3.3㎡당 2천179만~2천500만원, 고덕지구는 1천425만원, 강일 3ㆍ4지구는 1천278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과천 보금자리의 가격은, 인근 브랜드 아파트(의왕 내손 e편한세상 3.3㎡당 1천300만~1천600만원)는 물론 강남에 새로 지어진 브랜드 아파트(래미안송파파인탑 3.3㎡당 2천280만원)의 분양가마저 뛰어넘을 기세다.
과천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5일 "보금자리는 서민 무주택자가 아니라 중산층 이상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30만원씩 내면서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은 보금자리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아예 싼 것도 아니고 고급도 아니고 어중간한 보금자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진짜 서민들은 계약금도 마련하기 힘든데 무슨 수로 청약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