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국회조찬기도회가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한국 정치의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개된 행사 안내에 따르면 이번 기도회는 여야 기독 국회의원들이 함께 모여 국가와 국회, 사회 각 분야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로 진행되며, 설교는 안산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가 맡고, 지도위원으로 이성용·장헌일·양성전 목사가 참여한다.
행사 성격만 놓고 보면 정기적인 신앙 모임이지만, 현재의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훨씬 무겁다.
이번 국회조찬기도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회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낮은 신뢰를 받는 공적 기관 중 하나다. 국가 공식 지표인 기관신뢰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회 신뢰도는 26.0%로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OECD도 2025년 발표에서 국가의회에 대한 신뢰가 37% 수준이라고 제시했는데, 한국 사회에서 국회에 대한 체감 불신은 이보다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장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국회 안에서 열리는 기도회는 곧 “정치가 아직 스스로를 돌아볼 능력이 있는가”를 묻는 상징적 시험대가 된다.
이 지점에서 국회조찬기도회는 두 개의 질문을 동시에 받는다. 첫째는 신앙의 진정성에 관한 질문이다. 둘째는 공적 책임의 실천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다. 기도회가 단지 형식적 친교 행사에 머문다면 정치권의 자기위안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반면 여야 의원들이 정쟁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 자리는 정치적 상징성을 넘는 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회조찬기도회는 과거에도 여야 의원들이 한 공간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지난해 9월 기도회에서도 김학중 목사는 갈등 해소와 포용, 양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여야 의원들은 국회 안에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메시지의 존재가 아니라, 그 이후 정치의 변화가 실제로 뒤따랐느냐다.
지금 시대가 종교에 요구하는 역할도 과거와는 다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양극화된 정치, 불안정한 국제질서, 공동체 해체, 기술 변화에 따른 윤리 공백 속에서 종교는 더 이상 위로와 의례만을 담당하는 영역에 머물 수 없다.
2026년 1월 발표된 종교인식조사에서도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 보호, 인권침해 문제 해결, 환경문제 대응, 사회 갈등 해결에 대해 종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고, 정치적 갈등 해결에 대해서도 종교 지도자의 참여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확인됐다.
이는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완전히 침묵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임과 균형 감각을 요구받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조찬기도회에 던져진 시대적 과제는 단순하다. 종교가 권력의 곁에 서는가, 아니면 권력 앞에 서는가의 문제다. 종교 지도자가 정치권과 가까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그 가까움이 비판과 견제, 양심과 책임의 언어를 가능하게 하느냐다. 사회가 아프고 갈등이 깊어질수록 종교 지도자는 안전한 중립 뒤로 숨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비전과 책임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
특히 국회 안에서 열리는 기도회라면, 설교와 발언은 위로보다 각성이어야 하고, 축복보다 책무를 더 강하게 환기해야 한다. 이번 기도회에서 김학중 목사가 국가와 공동체 회복, 정치 지도자의 사명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글로벌 사회에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국회조찬기도회의 함의는 작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종교가 정치와 만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파 편향과 도덕 권위의 사유화다. 반대로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경우는 종교가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 화해, 책임, 약자 보호, 공적 윤리를 일관되게 요구할 때다.
세계 각지에서 종교 지도자 회의나 신앙 기반 공공행동이 반복적으로 열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종교는 국가권력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국가권력이 잃어버린 방향감각을 환기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한국 정치가 극단적 진영 대립 속에서 제도적 기능보다 감정적 대결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회조찬기도회는 국내 행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가 자기성찰 능력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가”를 외부에 보여주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핵심 리더십의 자각 수준 역시 이번 행사의 본질적 관전 포인트다. 여야 의원, 교계 지도자, 국회조찬기도회 운영 주체 모두가 이번 행사를 단순한 연례 일정으로 취급한다면, 국민은 이를 또 하나의 형식 행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정치는 왜 존재하는가”, “신앙은 공직에서 어떻게 책임으로 번역되어야 하는가”, “국민 통합을 위해 무엇을 결단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실질적으로 제기된다면, 적어도 국회 안에 남아 있는 최소한의 자기반성 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조찬기도회 한 지도위원은 이번 모임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영적 플랫폼”이라고 규정한 것도, 결국 이 자리가 위로의 장을 넘어 방향 제시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기도회가 여야에 던져야 할 메시지는 매우 선명하다. 첫째, 신앙은 진영 논리의 면죄부가 아니라 자기 절제의 기준이어야 한다. 둘째, 협치 없는 기도는 상징만 남고 책임은 비워진다. 셋째,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은 기도문 속 문장이 아니라 입법과 예산, 갈등 조정, 언어의 품격으로 증명돼야 한다. 넷째, 종교 지도자는 권력과의 거리보다 권력에 대한 직언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섯째, 국회는 살아남아야 할 조직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공적 기관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결국 국회조찬기도회의 진짜 가치는 행사 당일 예배 순서에 있지 않다. 그 이후 국회가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법안을 논의하며, 어떤 갈등을 줄여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기도는 울림을 잃고, 기도가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종교의 공적 권위도 흔들린다. 지금 한국 사회가 종교와 정치 모두에게 요구하는 것은 같다. 위기의 시대에 가장 아프고 어려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이번 4월 1일 국회조찬기도회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기도가 끝난 뒤, 정치가 정말 달라질 것인가.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회조찬기도회는 형식을 넘어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또한 정치 불신의 긴 목록에 덧붙여질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교의 언어를 빌린 정치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를 회복한 정치다. 그 출발점으로서 이번 국회조찬기도회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갖는지, 이제는 여야와 교계 지도부 모두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