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아이타임즈M) 곽중희 기자 | 최근 한국의 미술품 투자 시장, 이른바 '아트테크'는 몇몇 사기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아트테크는 그간 MZ로 불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위작 거래나 원금,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아트테크를 악용한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근래에는 미술품 투자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갤러리K, 아트테크 선두 업체서 ‘폰지사기’로 전락
연매출 수백억 원을 자랑하며 국내 아트테크 시장의 선두를 달리던 갤러리K(대표 김정필)는 폰지사기 혐의로 최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갤러리K는 연 7~9%의 수익과 함께 일정 기간 후 미술품을 재판매하거나 직접 매입해 원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갤러리K는 다수 기업/단체와의 업무 제휴, 유명 연예인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약속한 작가료와 투자 수익을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폰지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 초기에는 일부 임원의 방만한 경영, 미술 시장의 불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얼마 후 대표 A씨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애초에 계획된 사기였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게다가 A씨가 투자 사기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알려지고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최근 아트펀드 운영을 계획 중인 한 미술업계 종사자는 “갤러리K 사건은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진심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의 욕심이 불러온 화”라며 “이런 일로 미술 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테크 등 미술품 투자도 전문분야인 만큼 이제는 검증된 인력과 사람들이 이끌어 가야 한다. 아트펀드 등 해외에서는 미술품 재테크를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그런 곳들을 벤치마킹해 운영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갤러리K 외에도 지웅아트갤러리 등 다수 갤러리가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물론 미술품 투자 사업을 운용하는 모든 갤러리가 그렇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분명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술품 투자, “그저 위험하게만 보지 말아야”
영국의 파인아트 그룹 “전문성과 안전한 시스템 구축” 강조
하지만 모든 미술품 투자를 사기나 도박으로 볼 수는 없다. 해외에서는 미술품 투자의 성공적인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영국의 '파인아트 그룹(Fine Art Group)'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필립 호프먼이 이끄는 파인아트 그룹은 예술 자금 조달 부문에서 상당한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며, 23년에 걸쳐 블루칩 예술에 투자했다. 현재는 인상파와 현대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과 함께 350개 이상의 패밀리 오피스와 초고액 자산가(HNWI)로 구성된 방대한 네트워크와 협력하고 있다.
파인아트 그룹은 전문적인 시장 분석과 작품 선별 과정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해왔다. 필립 호프먼은 노블레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미술품을 단순히 재테크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호프먼은 “투명성을 높여야 (미술 투자)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딜러나 경매 회사가 투명성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경매사가 작품의 개런티나 최종 낙찰가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투명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컬렉터들에게 시장을 안내하고 수수료를 공개하며 철저한 실사를 거친다. 고객에게 작품 구입을 권유하기보다는 말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파인아트 그룹 사례는 미술품 투자 역시 전문성과 안전한 시스템만 있다면 안정적인 자산 운용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신뢰성 있는 투자 방법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국회, 미술 관련 협회, 갤러리들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술품 투자 시장에 대한 관계부처의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정책적 지원 ▲갤러리들의 투명한 경영과 작품 관리 ▲가치 평가를 위한 협회의 공정한 기준 선정 등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고액 자산가 컬렉터의 절반 이상이 젊은 세대인 만큼, 이제는 투자 수요에 맞춘 혁신적인 플랫폼과 안전한 투자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미술품 투자 시장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가 만나는 중요한 지점이다. 미술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사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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