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장우혁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법 왜곡죄’ 조항을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판사와 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시에 기존 ‘적국’ 중심이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까지 확장하는 조항도 함께 처리됐다. 이번 개정안은 정치적 의미와 사법제도 구조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 형법 수정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 ‘법 왜곡죄’의 법적 구조와 쟁점
개정안의 핵심은 공직자인 판·검사가 법을 고의적으로 왜곡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직권남용죄나 허위공문서작성죄 등 일반 조항으로는 포섭하기 어려웠던 ‘의도적 법 왜곡’ 행위를 직접 규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야권과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해당 조항이 헌법 제12조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을 왜곡해 적용’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며, 판결이나 기소 판단의 해석 영역까지 형벌 대상으로 확장될 경우 사법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판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형벌 논리로 환원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위헌 가능성 논란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상정 직전 일부 조항을 수정·삭제한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원안 유지를 주장해 온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내홍이 표면화된 장면이었다.
■ 간첩죄 확대… 국제 질서 변화 반영
이번 개정안에는 간첩죄 적용 대상을 북한 외 ‘외국’으로 확장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기존 형법 체계는 북한을 전제로 한 적국 개념에 기반했으나, 글로벌 안보 환경과 첨단기술 유출 문제 등을 고려해 타국을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는 산업·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형벌권 확대는 반드시 엄격한 구성요건과 입증 책임 체계를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법원 해석 기준과 수사 실무의 균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필리버스터 종결… 정치적 절차의 상징성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사법 시스템을 훼손하는 악법”으로 규정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그러나 범여권은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을 강행했다. 이는 단순 의사 절차가 아니라, 사법개편을 둘러싼 정치 권력 간 충돌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번 통과로 법 왜곡죄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편 3법’ 중 첫 번째 입법 성과가 됐다.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도 후속 처리 방침이 예고된 상태다.
■ 사법개혁의 본질은 ‘처벌’인가 ‘구조 개선’인가
이번 입법이 갖는 근본적 질문은 분명하다. 사법개혁은 판·검사에 대한 형벌 강화로 완성되는가, 아니면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 구조 개선을 통해 완성되는가 하는 문제다.
미래 사법제도의 방향은 단순히 권력기관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판결의 예측 가능성 △공정한 인사·징계 시스템 △정치적 중립성 보장 △디지털·AI 시대에 맞는 증거·재판 구조 혁신 등 종합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형벌 규정은 그 중 하나의 수단일 뿐, 개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 정치적 내홍을 넘어 제도적 합의로
정치권 내부의 균열은 오히려 개혁의 숙성 과정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다만, 개혁 입법이 정치적 우위 확보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사법 신뢰는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여야 모두 헌법 가치와 사법 독립 원칙을 기준으로 재검토와 보완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사법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안전판이다. ‘법 왜곡죄’가 사법 책임성 강화의 출발점이 될지, 또는 또 다른 정치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향후 시행령 설계와 헌법재판소 판단,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폭에 달려 있다.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개혁은 처벌의 강도보다 제도의 균형과 신뢰에서 출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패의 정치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정교한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