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기자연합회 김용두 회장 |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 검찰, 경찰을 포함한 권력기관 전반에 퍼진 특권 의식과 책임 회피 구조가 한국 사회의 신뢰 기반을 동시에 잠식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개인을 넘어 ‘시스템 전체’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의 부패와 오만함은 오래된 문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불법 정치자금 논란, 이해충돌 의혹, 특혜성 공천 시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이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자성과 책임보다는 진영 논리와 법 기술적 방어가 앞선다는 점이다.
책임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축소되고,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스스로를 개혁의 주체가 아닌, 사법 판단의 객체로만 인식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이제 정치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치의 부패를 단죄해야 할 사법 시스템 역시 ‘권력화’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사법부가 공정한 심판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기득권 집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은 상징적이다. 선택적 수사, 지연되는 사건 처리, 고위 인사 연루 사건에서 반복되는 무혐의·불기소 결정은 법 집행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키워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구조에서 견제 장치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검찰은 정치와 일정 부분 결합된 권력으로 인식돼 왔다. 개혁 논쟁이 반복됐지만, 제도 변화는 매번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반쪽짜리에 그쳤다.
경찰 역시 자유롭지 않다. 수사 독립성 강화 이후 권한이 확대됐지만, 동시에 통제 장치는 충분히 정교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사건 처리의 일관성, 내부 징계의 실효성, 조직 보호 논리가 앞서는 문화는 경찰권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권한은 커졌지만 책임은 분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 역시 누적돼 있다. 판결의 형평성 논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서의 솜방망이 처벌 인식, 법관 윤리 문제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상징성을 약화시켜 왔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판결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용된다는 인식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이 모든 문제의 공통분모는 ‘책임이 위로 올라가지 않는 구조’다. 정치권에서는 공천과 권력이, 사법기관에서는 조직과 위계가 책임을 흡수한다. 개인은 보호되고 시스템은 유지된다. 결국 국민만 제도에 순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형태의 권력 작동 방식이다.
근본적 대책은 단순한 처벌 강화에만 있지 않다. 처벌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첫째, 정치·사법·수사 권력 전반에 걸친 독립적 감시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내부 기구 중심의 자정 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둘째, 고위 공직자와 권력기관 종사자에 대한 이해충돌·재산·권한 행사 투명성을 상시적으로 공개·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인사·승진 구조 역시 재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권력은 보호받는 지위가 아니라, 통제받는 책임이라는 인식이 제도와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치가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실제로 내려오는 불이익이다. 사법 시스템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분노는 단발성 감정이 아니다. 정치권과 사법기관이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할 경우, 그 분노는 냉소와 체념으로 변하고 민주주의는 서서히 기능을 상실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을 향한 개혁이 아니라, 권력 전반에 대한 재설계다. 책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사회, 그 출발점은 특권을 내려놓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