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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아무도 계획을 모른다" , 백악관의 혼돈

 

데일리연합 (SNSJTV) 정상규 기자 | "행정부 내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획이 무엇인지, 심지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진창이고, 책임 소재도 완전히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백악관 관계자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익명으로 털어놓은 말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이슬라마바드 2차 협상마저 불투명하게 흘러가는 21일(현지시간), 세계 최강대국의 전쟁 지휘 체계 내부에서 터져 나온 이 고백은 단순한 불평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구조적 위기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에 대한 민간시설 폭격 시한을 다섯 번이나 미루며 즉흥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JD 밴스 부통령의 2차 협상 참석 여부를 두고도 트럼프가 "불참"이라고 밝힌 직후 백악관이 "참석"으로 공식 정정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이란과의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했다가 "협상은 불가능"이라고 돌변하는 일도 반복됐다.

 

최측근 참모들조차 트루스소셜에 쏟아지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SNS 자제를 조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며 정제되지 않은 게시물을 올리는 이 양상은 지난달 말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혼돈의 뿌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단행한 구조적 해체에 있다. 1기 행정부 출신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백악관 인력 1,000여 명을 줄이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국장급 회의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NSC 국장급 회의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정책 옵션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상위 회의에 올리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회의 구조가 사라지면서 정책 결정의 다층적 검증 과정이 통째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DOGE(정부효율부)가 추진한 정부 인력 감축이 국가안보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해체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남겨진 자리를 채운 것은 정형화된 절차가 아니라 대통령의 직감과 그것을 강화하는 '예스맨' 네트워크였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전쟁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축소하는 측근들이 이란과의 평화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군의 성공 사례가 담긴 영상을 매일 보고받고 있지만, 미군의 오폭 의혹이 제기된 이란 초등학교 참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정보로부터 차단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란 남부 초등학교 폭격으로 어린이 175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의 배후에는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의 AI 시스템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과거 혁명수비대 시설이었던 그 건물은 이미 10년 전 학교로 바뀌어 있었으나, 업데이트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AI가 이를 '적 기지'로 판단해 타격 목표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정보담당 병력이 2000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들면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최종 검증 과정이 생략되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텔레그래프에 "1기 때는 의사결정 절차라는 게 잡혀 있었고, 어떤 정책이 왜 이득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것에 얽매여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무게를 갖는 것은 볼턴 스스로가 트럼프 1기 때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을 가장 자주 거슬렀던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볼턴조차 "그때는 그나마 절차가 있었다"고 회고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 어느 수준인지를 방증한다.

 

내부 견제 기능도 사실상 마비 상태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참모들이 전쟁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며 직접 우려를 표명했으나, 교착상태가 이어지면서 그녀의 노력도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미군의 해외 개입에 부정적이던 밴스 부통령은 평화 협상 대표라는 자리를 맡게 되면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에 묶였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역시 경질 위기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그들의 지휘부에는 국가를 대표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 단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이 구조는 이란 협상 테이블에서도 그 결과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란 측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외교의 문은 닫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이 반복적으로 변하는 미국의 메시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 발언에서 이미 읽힌다.

 

4월 18일 트럼프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소집한 긴급 안보회의에서는 국방부의 강경 기조와 재무부의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란과의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허용 수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전쟁 피해 보상금 문제를 두고 일관된 미국의 입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협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더 깊은 이면에는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전쟁 수주 전부터 이란 공격을 비밀리에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2026년 2월 11일 백악관을 방문해 3시간 동안 전쟁 계획을 논의했으며, 이란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에 보복할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기로 결정됐다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쟁에 끌려갔음을 시사했다.

 

국가대테러센터장 조 켄트는 "이 전쟁은 이스라엘 때문에 시작됐다"고 밝히며 3월 17일 사퇴했다. 합동참모의장 댄 케인 장군도 사전에 트럼프에게 이란 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있었지만, 그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쟁의 시작부터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전쟁 수행은 NSC 기반의 다층적 토론 구조를 통해 대통령의 결정을 검증해왔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는 13일간 집중적인 내부 토론 끝에 해상 봉쇄라는 선택을 했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 이후 부시 행정부조차 NSC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기 수정을 시도했다.

 

그 체계가 통째로 해체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전쟁은, 성공하더라도 우연에 가깝고 실패하면 복구할 절차 자체가 없다. 백악관 내부에서 나오는 "엉망진창"이라는 고백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그 구조적 공백에 대한 경고다. 그리고 이 경고는 미국 안보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결정에 안보 운명을 걸고 있는 동맹국들에게도 의미 없는 신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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