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자천연염색연구소 조봉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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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한다. 동물, 식물, 곤충 등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색으로 의사소통, 위협 등 감정을 드러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색을 통해서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바야흐로 색의 시대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다양한 색이 새로 등장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염색기술의 발달은 원하는 색을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효과적으로 뽑았고 제품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나 최첨단 염색기술도 자연이 주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색 '천연의 색'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35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전통 천연염색의 계승과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에 위치한 조봉자천연염색연구소 조봉자 소장이 그 주인공. 조봉자천연염색연구소는 최초의 천연염색시범사업소라는 명성에 걸맞게 천연염색을 이용한 전통생활한복, 스카프, 비누,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천연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천연염색 기술을 함께 나누고 저변확대를 위해 천연염색 체험학습의 기회를 일반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종이와 옷감을 곱게 물들여온 우리 조상들의 색채감각을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조봉자 소장은 "천연염색은 아름다운 자연의 색으로 나와 남을 함께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으로 우리 민족의 미적 정서가 그대로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건강을 위한, 환경을 위한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조봉자 소장은 쪽, 뽕잎 등 직접 재배한 식물을 천연염색에 활용하여 천연소재가 지닌 고유의 색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경북 상주지역 특산품인 감을 이용한 감물 염색은 진한 주홍색의 빛깔을 뽐내며 사금 입자가 섞인 황토염색에서는 진한 자연의 정취와 한국의 멋이 묻어난다. 화학재료나 매염제를 쓰지 않고 자연에서 채취한 기본 원료들을 직접 추출해 천연 염색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천들은 일반 천들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천연염색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원색을 생각하기 쉽지만, 천연염색은 같은 염료를 사용하더라도 색을 추출하는 과정에 따라 여러 색을 나타내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한 가지 염료로 수많은 색을 구현해 내는 것도 놀랍지만 은은하게 빠져드는 천연의 색감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조봉자 원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연염색을 하려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물을 들일 수 있는 작물을 재배, 수확하여 염료로 만들고 직물이나 종이에 물을 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해를 넘기는 수고스러운 작업"이라며 "아름다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봉자 소장은 자연의 염색염료인 약용식물과 건강과의 관계를 연수하기 위해 약용식물교육원을 설립했다. 약용식물자격증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현재까지 수백 명의 약용식물관리사를 배출했다. 조 소장은 "염색과 약용을 동시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교육을 하고 있다. 수십 번, 수백 번 연구를 거듭하며 피나는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천연염색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초지일관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조봉자 소장은 "체력이 허락되는 한 우리 전통의 맥을 잇는 데 앞장서겠다. 아울러 상주를 천연염색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