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20일 오전 10시 32분,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 진주물류센터 앞 도로. 대체 물류 차량을 막아서던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2.5톤 탑차와 충돌했다. 전남 화물연대 소속 50대 남성 조합원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나머지 2명은 중상과 경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에는 노조 측 차량이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의 바리케이드를 향해 돌진하면서 20대 기동대원이 머리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차량을 몰고 돌진한 조합원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 사고는 단순한 집회 현장의 불상사가 아니다.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원·하청 간 직접 교섭 요구 과정에서 처음으로 조합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오랫동안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 묻혀 있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누적된 분노가, 새 법이 연 교섭권이라는 통로를 타고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현장에 쌓인 긴장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 있었다.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가 BGF리테일에 처우 개선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이달 7일의 일이었다. 그러나 갈등의 씨앗은 훨씬 오래전부터 뿌려져 있었다. 노조는 올해 1월부터 원청에 총 7차례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단 한 차례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90일에 걸친 기다림의 답변은 물량 축소와 배송기사 1인당 최대 2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예고였다. 박종곤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장은 "조합원들이 20~30년 만에 처음으로 CU 자본과 대화를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탄압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핸들을 놓은 이유는 분명했다. 물가는 매년 2~3%씩 오르는 사이 운송료 인상률은 0.5~0.7%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실질 임금이 매년 깎이는 구조였다. 더 절박한 것은 '대차비' 문제였다. 편의점 배송은 오전·오후 하루 2회전 구조로, 몸이 아파 운행하지 못하면 배송을 대신할 기사를 직접 사비로 구해야 한다.
윤정욱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편의점지부 CU지회장은 "대차비가 적게는 하루 14만 원, 많게는 45만 원으로, 2회전 구조에서 대차를 쓰면 최대 90만 원이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고 증언했다. 명절도 폭설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핸들을 잡아온 이들이, 아픈 날에도 핸들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파업의 법적 근거가 된 노란봉투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교섭권을 확대하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CU 배송기사들은 BGF리테일이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 소속이 아닌, 각 물류센터가 개별 계약한 운송사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법 시행을 계기로 수십 년간 사실상 원청의 방침에 의해 결정되어 온 운임과 배송 조건, 물량 배정 등에 대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이미 CJ대한통운 사례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원청이 사용자"라고 판단한 전례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BGF리테일은 요지부동이었다. 물류 관련 업무의 법적 주체는 자회사 BGF로지스이고, 각 물류센터가 개별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맺는 구조상 화물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자 지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사 측은 센터·운송사·기사 간 기존 3자 협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양측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았고, 파업 대오는 더 강경해졌다.
화물연대 CU지회는 파업 직후 경기 화성·안성, 전남 나주, 경남 진주 등 전국 25개 물류센터 중 주요 4곳의 출입구를 막아섰다. 지난 17일부터는 충북 진천의 BGF푸드 간편식 공장까지 봉쇄 범위를 넓혔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 공급이 끊기면서 전국 약 2000여 개 CU 가맹점의 매대가 비어가기 시작했다.
CU 점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텅 빈 냉장고 사진과 하소연 글이 쏟아졌다. 한 가맹점주는 "신선식품 비중이 큰데 하루 매출이 지난주보다 최대 50%까지 급감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위약금 없는 폐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이 노조와 본사 사이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구도가 반복되는 셈이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을 향한 분노와, 90일이 넘도록 수수방관하다 결국 공권력을 동원한 본사에 대한 질타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박종곤 본부장은 "CU 자본이 파국을 방치하더니 이제 와서 화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투쟁 수위를 더 끌어올리겠다고 압박했다.
유통가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운영 주체와 화물노동자 고용 형태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개정 법안 시행과 함께 비슷한 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소상공인 가맹점주들의 타격과도 맞물리는 문제여서 업계 전체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열어젖힌 교섭의 문은, 이제 CU만의 문제로 닫혀 있지 않다.
진주에서 한 명의 목숨이 사라진 날, 화물연대는 전 조합원 집결과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BGF리테일은 여전히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쪽을 택했다. 협상 테이블은 비어 있고, 편의점 매대도 비어 있다. 이 싸움이 어디서 끝을 맺을지,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