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봄의 향기가 겨울의 찬 기운을 뚫고 올라올 이때에, 피아니스트 노선영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으로 독일의 관객을 찾았다.
Thüringen Philharmonie Gotha-Eisenach단원 사이로 등장한 피아니스트 노선영은 1악장을 독주로 열었다. 마치 겨울로 얼었던 땅을 톡톡 두드리는 신의 손짓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이어진 오케스트라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색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독주 부분에서 음 하나하나의 터치는 명쾌하면서도 깔끔하게 이어져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어우러지면서도 곡 전체를 주도해 나갔다. 유려하게 뻗어가는 음은 전체 오케스트라가 그려내는 봄이라는 그림에 강렬한 포인트를 터치하는 듯 했다. 그리고 특히 카덴차 부분에서는 그녀가 가진 기량과 감정의 절묘한 선상에서 치우침 없이 그려내면서도 오케스트라와의 함께 하는 연주 못지 않게 힘과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이어진 2악장에서 피아니스트 노선영과 오케스트라의 주고 받음은 애처로운 슬픔과 격정적인 슬픔을 서로 표현하는 듯 했다.특히 그녀의 연주는 마치 겨울이 자신이 사라져야 하는 것에 대한 슬픔을 느끼고 그녀의 손가락 속에 숨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3악장의 시작은 봄의 만개한 풍경을 그리게 만들었다. 그 속을 돌진하며 날아가는 듯한 밝고 경쾌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조화는 생명의 에너지를 모두 담아내며, 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오늘 그녀의 연주는 시련 많았던 베토벤의 삶에도 봄이라는 희망이 있었음을, 그렇기에 우리에게도 봄이 찾아오듯 지금의 상황이 어떻든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시간을 선사했다. 슬픔이 묻어나던 순간순간도 희망의 메시지와 그것을 찾고 느끼게 만들었던 그의 곡에 대한 그녀의 해석과 연주는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필자로 하여금 격려의 손짓이었다. 그리고 삶 속에서 말이 아닌 잔잔히 다가오는 그런 격려가 필요한 순간 그녀의 연주가 나를 부를 것 같다.
SMCM예술통신_비엔나에서 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