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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비평

수자원공사 사장 재공모 또 '정치 낙하산'…'개혁' 부르짖는 정부인사 결과로 증명해야…

상무감사부터 사장까지 정치성 우선
현장서 터지는 "전문성 배제" 목소리  
글로벌 경쟁 시대 국가 경쟁력 위협

 

데일리연합 (SNSJTV) 김민제 기자 = "물 전문가가 필요한데 정치인이 온다" 지난달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회의실에서 나온 한 마디가 조직 전체를 관통했다. 상임감사 인사 이후였다. "법조인 출신이 와서 뭘 한다는 건가. 물관리의 전문성, 기후위기 대응 역량 등이 조직의 핵심을 아는 게 있나."익명을 요구한 K-water 부장급 임원의 말이었다.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공기업의 인사 문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뒤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의 신호탄이었다. 이 정부는 취임 후 "공직기강 확립"을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보은인사를 비판했다. 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5개월 만에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적격자 없음"에서 "정치인 후보"로 K-water 사장 공모 기록을 따라가면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2026년 6월 첫 공모

임원추천위원회는 심사 결과 "적격자 부재"라고 판정했다. 수십 명이 지원했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준은 명확했을 것이다. 물관리 전문성, 공공기관 경영 경험, 기술적 역량, 대형 프로젝트 추진 경험 등이었을 것이다.

 

-2026년 9월 재공모

상황이 역전된다. 정치권 인사들이 물밀듯 후보로 제출되기 시작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국회의원·대전시장 경력,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부혁신제도개선위원장 역임),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충남도지사 경선 참여)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게 지역 정치권과 관료진의 공통된 정보다.

 

- 6월의 엄격한 기준과 9월의 정치인 후보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나.

"기준을 내려두었거나, 어딘가에서 압력이 작동했다는 뜻"이라고 공공기관 인사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다.

 

- 조직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전문성 무시" 목소리

사건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려면 상임감사 인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K-water의 상임감사는 단순한 감시 기능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댐 안정성, 수질 관리, 용수 공급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검증 권한을 갖춘 보직이다. 조직이 올바른 기술적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역할이다.

 

이곳에 법조인 출신이 앉게 되자, K-water 현장에서는 즉시 의문이 터져 나왔다. 한 K-water 과장은 "상임감사는 재무·부패만 단속하는 게 아니라, 물 관련 기술 의사결정까지 검증해야 한다"며 "물 관리시스템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그걸 검증하나?"라고 물었다.

 

또 다른 임원은 "조직 문화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상임감사가 기술을 모르면, 리더십 층이 기술적 의사결정을 우선하지 않게 된다. 그럼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단순한 부서 간 불화가 아니다. 조직의 핵심 감시 기능이 정치적 인사로 인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왜 하필 지금?" 국가 메가프로젝트 및 기후대응댐 추진을 앞둔 조직

더 심각한 문제는 시점이다.  정부는 현재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생산에 산업용수는 필수다.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K-water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이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안정적 물 공급을 위한 전사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조직 전체가 국가 프로젝트 완수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와중에 사장이 3개월 이상 공석인 상태다. 사장 결정이 늦어지면서 조직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까지 지연되고 있다.

 

한 물자원 정책 전문가는 "물관리는 기술과 정책의 결합 분야"라며 "기술을 모르는 정치인이 국가 물 정책을 결정하면, 단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장기 인프라 계획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용수는 10년 단위로 계획되는데, 정치인 임기는 3~4년이다. 계획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 "한전·교통·원자력도"... 공기업 전체로 확산 K-water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게 더 우려스럽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겨울 전력난으로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전 사태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임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전력 공급의 전문가 리더십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철도공사(KR),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도 유사한 상황이다. 조직의 운영 효율성보다 정치적 보상이 우선되는 구조가 관찰되고 있다.

 

업계 인사들은 "국가 인프라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은 정치인의 '정거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이건 소수 의견이 아니다.

 

임원 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은? 공개되지 않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의 정보망은 놀랍도록 정확했다.

 

왜 지역 정치권은 구체적인 후보자 이름을 알았나. 선발 과정의 어디선가 정치권과의 '조율'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다. 한 인사 전문가는 "6월 적격 기준이 명확했다면, 그 기준을 내려두는 것 자체가 정치적 압력의 신호"라며 "임추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개혁한다고 했는데"... 윤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이 정부는 강조했다.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겠습니다. 공직기강을 확립하겠습니다." 그렇다면 K-water 인사는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   6월과 9월 사이의 기준 변화는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   상임감사부터 사장까지 정치성이 우선되는 구조는 여전히 공공기관이 "정치 정거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   기후변화와 메가프로젝트라는 국가 현안 앞에서 전문성이 배제되는 인사는 국가 경쟁력을 위협한다.

 

한 정부 정책 담당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지난 정부 때도 이런 식이었다. 마찬가지 문제를 반복하면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내달 중 새 사장 선임... 정부의 진정성을 묻는 순간 임원추천위원회는 내달 중 새 사장 추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정이 보여줄 것은 단순한 인사 결정이 아니다. 다음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될 것이다:

 

•   "공공기관은 정치인의 보은성 인사 장소인가, 국가 경쟁력을 담당하는 조직인가?"

•   "전문성과 경험은 중요한가, 아니면 정치적 친분이 우선인가?"

•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한국의 공공기관 리더십은 무엇인가?"

•   "기후위기 시대, 국가 물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길 것인가, 정치인에게 맡길 것인가?"

 

현재 K-water 임직원들은 "기대"보다는 "우려"로 기다리고 있다. 지난 정부와 달라질 가능성을 보고 싶어하지만, 현재까지의 신호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혁신과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가 이 순간을 어떻게 선택하는지가 곧 이 정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한 K-water 고위 임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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