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박영우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Seyyed Abbas Araghchi)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최근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란 측의 요청으로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11일 오후 아락치 장관과 통화하고 중동 정세와 한·이란 관계, 재외국민 보호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통화는 약 10∼15분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최근 중동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역내에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이 회복돼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문제를 강조했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하며, 한국도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측에는 현지 우리 국민의 안전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통화의 핵심은 공식 보도자료에 직접 명시되지 않은 ‘파병 문제’에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 장관이 아락치 장관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놓고 상당히 복잡한 외교적 선택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외국 군사력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자국에 대한 적대행위 지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란의 경고는 한국을 직접 겨냥하는 수준으로 구체화됐다.
에스마일 바가이(Esmaeil Baghaei)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 메시지를 올리고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군사 주둔이나 작전 참여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정부 현지조사단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안보·작전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뒤 10일 귀국했다. 조사단은 군사 거점과 기항지, 정비·보급 등 현지 지원 여건과 작전 환경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조사단 파견 자체가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파병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국민 안전과 국가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조사단 역시 파병 준비가 아니라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단계라는 것이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이 확정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정부가 현지조사단을 파견하고 군사적·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들어간 만큼 호르무즈 문제가 한국 외교·안보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실제 국군 파병을 결정할 경우에는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법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파병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정치권의 논의 역시 불가피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2항)
특히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안은 군사적 측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한국의 에너지 수급과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동시에 파병 방식과 작전 범위에 따라 이란과의 외교관계와 현지 한국 국민 및 기업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미국의 동맹 기여 요구와 국제사회의 항행 안전 확보 노력에 어느 수준까지 참여하면서도 이란과의 외교적 충돌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있다.
이번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는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이 직접 소통 채널을 가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파병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란 측의 요청으로 통화가 이뤄지고 한국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은 군사적 검토와 외교적 긴장 관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락치 장관은 통화에서 현재 중동 정세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한·이란 관계 현안을 놓고 양자 및 다자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한국으로서는 호르무즈의 자유항행이라는 국가적 이해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한·이란 관계, 재외국민 안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호르무즈 문제가 단순한 파병 여부를 넘어 한국의 중동 외교와 동맹정책을 동시에 시험하는 외교·안보 현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