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박해리 기자 | 서울광장 지하 13m 아래에 40여 년간 닫혀 있던 공간이 K-팝과 미디어아트, 패션을 아우르는 도심형 문화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조성한 시청역 펀스테이션 ‘K-문화 스테이션’을 24일 정식 개장했다.
이 공간은 폭 9.5m, 길이 335m, 총면적 3,261㎡ 규모다. 약 1,000평에 이르는 긴 터널 형태로 조성됐다.
전국 최초 지하상가와 지하철 2호선 선로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가 서로 다른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던 1980년대 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의 용도로 활용되지 않아 콘크리트 벽면과 기둥, 배관을 비롯한 기존 구조가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공간의 질감을 없애지 않고 빛과 영상, 음악이 결합된 몰입형 콘텐츠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이곳은 2023년 9월 ‘시민탐험대’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에는 환기와 소방, 피난시설이 부족해 제한적인 탐험 프로그램만 운영됐다.
서울시는 시민탐험대 운영을 통해 도심 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서울교통공사와 환기·소방·피난·전기시설을 보강했다. 공간의 기본 구조를 보존하면서 시민이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안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K-문화 스테이션이라는 명칭에는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 K-문화를 경험하며 ‘일상에서 문화로 환승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서울광장과 시청, 을지로, 명동을 잇는 입지와 335m에 이르는 터널 구조를 활용해 일반 전시장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대규모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운영 방식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사업을 총괄하고 서울교통공사는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내부 공간과 콘텐츠 기획·운영은 실감형 콘텐츠 전문기업 크리에이티브 멋(Creative MUT)이 맡았다.
크리에이티브 멋은 인공지능(AI)과 실시간 홀로그램,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 3차원 모션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개장 첫 콘텐츠는 그룹 빅뱅(BIGBANG)의 데뷔 20주년 기념 미디어 전시 ‘빅뱅 20주년 미디어 전시 코스모스(BIGBANG 20TH ANNIVERSARY MEDIA EXHIBITION COSMOS)’다.
전시는 빅뱅이 20년간 발표한 음악과 팬들과 쌓아온 기록을 빛과 영상, 음악으로 재구성했다. 관람객이 335m의 공간을 이동하면서 빅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순차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코스모스 전시는 8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린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관람은 매시간 정각 입장하는 1시간 단위 사전예약제로 하루 12회 진행된다. 개장일인 24일에는 오후 2시부터 관람을 시작하며 이후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현장 예매와 판매는 운영하지 않는다. 입장권 예매와 취소, 환불, 관람 유의사항은 네이버 예약과 전시 공식 채널에서 확인해야 한다.
전시장에는 미디어아트와 프로젝션 매핑, VR, 홀로그램,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 등 11개 체험존이 마련됐다. 거대한 응원봉 조형물과 미공개 사진, 신곡 관련 VR·홀로그램 체험도 포함됐다.
전시 기간에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 등 약 1,000명을 무료로 초청한다. 크리에이티브 멋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관람권을 제공하고 서울시가 복지·청소년 지원기관을 통해 대상자를 연계한다.
K-문화 스테이션은 코스모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운영되는 상설 문화 플랫폼이다.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협업 전시와 K-패션 전시·패션쇼, 엔터테크 체험, 브랜드 쇼케이스, 팝업스토어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도심에 방치됐던 유휴공간을 철거하거나 상업시설로 전면 개발하지 않고 기존 구조를 문화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공이 안전시설과 공간을 제공하고 민간이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은 초기 공공 투자와 민간의 전문성을 결합할 수 있다. 반면 상설 플랫폼으로 안착하려면 전시 교체 주기와 이용 요금, 시민 접근성, 안전관리 기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주변에는 서울광장과 서울시청, 덕수궁, 명동, 을지로 등 주요 문화·관광자원이 밀집해 있다. 서울시는 K-문화 스테이션이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고 인근 지하공간과 도심 상권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문화 스테이션은 지하철역의 기능을 교통에서 여가·문화·건강으로 확장하는 서울시 ‘펀스테이션(Fun Station)’ 사업의 하나다.
서울시는 2024년 5월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뚝섬역과 먹골역에 생활체육 공간을 조성했다. 광화문역과 회현역, 월드컵경기장역에는 탈의실과 보관함을 갖춘 러너지원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역 K-문화 스테이션은 운동 중심이던 펀스테이션을 K-팝과 미디어아트, 패션, 엔터테크 분야로 확장한 첫 사례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각 역의 입지와 공간 특성을 반영한 펀스테이션 12곳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장기간 닫혀 있던 공간이 일회성 전시장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지는 콘텐츠의 완성도와 교체 주기, 시민 접근성에 달렸다.
공공 유휴공간 재생과 K-컬처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도심 문화정책의 성과도 향후 운영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