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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9월부터 그린워싱 규제 강화…‘친환경·기후중립·그린·에코’ 근거 없으면 금지

EU 환경 마케팅 규제 9월 전면 적용
탄소상쇄 기반 ‘탄소중립 제품’ 표시 원칙적으로 금지
자체 제작 친환경 인증·모호한 녹색 이미지도 규제 대상
한국 수출기업, 포장·광고·온라인 상품정보 전면 점검 필요

 

데일리연합 (SNSJTV) 박용준 기자 | 유럽연합(EU)이 오는 9월 27일부터 근거가 불명확한 환경 홍보 문구와 지속가능성 라벨을 제한하는 새 소비자보호 규정을 적용한다.

 

규제 대상은 제품 포장과 광고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명, 제품명, 로고와 이미지 등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영향을 주는 모든 상업적 표현이다. EU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한국 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EU가 2024년 채택한 ‘소비자의 녹색전환 역량 강화 지침(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EU 2024/825)’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지난 3월 27일까지 관련 내용을 국내법으로 전환하고 9월 27일부터 적용해야 한다.

 

이번 지침은 EU의 불공정 상거래 관행 지침(Unfair Commercial Practices Directive·2005/29/EC)과 소비자 권리 지침(Consumer Rights Directive·2011/83/EU)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제품 생산방식 자체보다 기업이 환경적 특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규율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친환경’, ‘환경친화적’, ‘녹색’, ‘에코’, ‘기후친화적’, ‘생분해성’과 같은 포괄적인 환경 표현을 사용하려면 공인된 우수 환경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EU 에코라벨이나 공인된 환경표지, 관련 EU 법률에서 인정하는 최상위 환경성과 등이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광고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소비자가 같은 매체에서 근거를 즉시 확인할 수 없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제품 일부에만 적용되는 환경적 특성을 제품 전체의 장점처럼 표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품 전체를 ‘재활용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기업은 재활용 소재가 사용된 부위와 비율,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표시하고 이를 증명하는 공급망 자료를 갖춰야 한다.

 

탄소배출권 구매나 외부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탄소상쇄를 근거로 개별 제품이 ‘기후중립’, ‘탄소중립’, ‘기후 포지티브’라고 주장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외부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량을 제품 자체의 환경성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이 탄소상쇄 사업에 참여한 사실 자체를 알리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제품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실제 배출량을 줄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홍보하려면 측정 범위와 감축량, 기준연도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업이 만든 자체 친환경 마크와 지속가능성 등급도 규제 대상이다. 지속가능성 라벨은 공공기관이 만들었거나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이 포함된 인증체계에 기반해야 한다. 인증 기준과 절차, 감독 체계도 공개돼야 한다.

 

미래의 환경성과를 홍보하는 행위에도 조건이 붙는다. 기업이 ‘2030년 탄소중립’이나 ‘2040년 기후중립’과 같은 목표를 내세우려면 객관적이고 공개돼 있으며 검증 가능한 약속을 마련해야 한다.

 

실행계획에는 측정 가능한 중간 목표와 일정, 투입 자원, 추진방법이 포함돼야 한다. 이행 상황은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제3자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결과는 기업 웹사이트나 제품의 QR코드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글자가 없는 디자인도 안심할 수 없다. 녹색 잎과 물방울, 숲, 맑은 하늘 등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나 녹색 중심의 포장 디자인이 제품의 환경적 이점을 암시한다면 전체적인 광고 맥락에 따라 환경주장으로 판단될 수 있다.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에 ‘그린’, ‘에코’, ‘내추럴’, ‘클린’, ‘기후중립’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칭이 소비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환경적 우수성을 연상시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9월 27일 이전에 제조되거나 유통된 기존 재고에도 별도의 일괄 면제기간은 부여되지 않는다. EU 소비자보호협력네트워크(Consumer Protection Cooperation Network·CPC)는 기존 포장과 재고에 대한 공동 집행원칙을 마련했다.

 

다만 회원국 집행기관은 기업이 사전에 성실하게 규정 준수를 준비했는지, 포장 교체가 가능한지, 폐기 과정에서 불필요한 환경 부담이 발생하는지 등을 고려해 초기에는 단계적이고 비례적인 집행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재고가 자동으로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은 포장에 정정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판매 시점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온라인 상품 페이지와 광고,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시행일 전에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EU의 별도 입법안인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GCD)’은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 법안은 기업이 구체적인 환경주장을 공개하기 전에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는 사전검증 제도를 담고 있었다.

 

2025년 6월 예정됐던 EU 집행위원회·유럽의회·이사회 간 3자협상은 집행위원회의 철회 방침이 알려지면서 취소됐다. 그러나 GCD 협상 중단이 그린워싱 규제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채택돼 시행을 앞둔 EU 2024/825 지침은 별개로 적용된다.

 

한국 기업에는 광고 문구 수정 이상의 대응이 요구된다. 수출 제품의 포장과 라벨, 유럽 현지 판매법인의 웹사이트, 온라인 플랫폼 상품 설명, 인플루언서 홍보, 보도자료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특히 식품과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자동차, 전자제품처럼 환경 이미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온 업종은 재활용 원료의 비율과 적용 부위, 제품별 탄소배출량, 공급망 인증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

 

규정 집행과 제재 수준은 각 회원국의 국내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국가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회원국에서도 동일하게 허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EU의 이번 조치는 친환경을 기업 이미지 관리용 수식어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제품정보로 전환하려는 제도적 변화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9월 시행일을 기준으로 환경표현의 근거와 범위, 검증 절차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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