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김용두 기자 | 2026년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과 정부 시설을 일제히 타격하면서 21세기 들어 가장 격렬한 중동 전쟁이 시작됐다. 이른바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이란군 수뇌부 다수를 제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한 '신속한 정권교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차기 라흐바르로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추대되며 이란 체제는 오히려 결집했고,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석 달 가까이 지난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고, 휴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거대한 생명유지 장치(massive life support)" 위에 간신히 놓여 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 미국 동맹 체제,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동시에 흔드는 거대한 충격파다.
본 기사에서는 ①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운영 방식과 그 한계, ② 국제 사회의 분화와 새로운 균열선, ③ 한국 경제에 미친 직접적 충격, ④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외교·안보적 딜레마, ⑤ 한국이 선택해야 할 미래 방향을 차례로 짚어본다.
2. 트럼프의 전쟁 강압 외교의 정점과 한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운영 방식은 그가 첫 임기부터 보여온 패턴의 극단적 확장판이다.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이른바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 전략이다. 25일 미 재무부가 이란 원유 운송망과 관련된 30여 명·기관·선박에 추가 제재를 가한 직후 28일 군사 공격을 개시한 것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협상안 또한 거래(deal)의 언어로 짜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PBS 인터뷰에서 밝힌 합의 조건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미국으로 이송할 것, ▲지하 시설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두 가지 핵심 조항이다.
그러나 4월 5일 파키스탄이 제안한 45일짜리 2단계 휴전안을 이란이 거부하고 10개항 자체 평화안을 역제안하면서 협상은 표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1일 이란 측 제안에 대해 "약한 정도가 아니라 쓰레기 한 조각"이라며 협상안을 사실상 폐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종교적 동인과 정치적 계산
주목할 점은 이번 전쟁에 종교적·정치적 동인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미군 지휘관 브리핑에서 이란 전쟁이 "신의 계획의 일부"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겟돈 전쟁을 일으키도록 선택받았다"는 식의 종말론적 언급이 등장해 군종교자유재단에 2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지정학적 전쟁이 아니라 미국 내 복음주의 기반의 정치 동학과 결합한 전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정책을 국내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세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분야에서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에 새로운 협상을 강요"하면서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적 개입만을 고수"하는 패턴을 강화하고 있다.
동맹의 지지를 잃은 전쟁
가장 큰 한계는 국제적 정당성의 결핍이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전쟁 발발 직후 "영국은 '하늘로부터의 정권교체'를 믿지 않는다"며 "이라크의 실수를 기억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양자유연합 구상을 거부하고, 종전 후 별도의 다국적 항행 보장 체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5월 8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후 "왜 아무도 이란전쟁을 지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고립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트럼프식 강압 외교가 도달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군사력으로 상대를 무릎 꿇릴 수는 있어도 동맹의 자발적 지지는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3. 국제정세의 재편, 균열선이 깊어지는 세계
이란 전쟁은 대서양 동맹 내부의 균열을 표면화시켰다. 유럽 주요국은 군사 개입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전쟁의 국제법적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일본·캐나다 등은 3월 19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군사적 연합과는 거리를 두는 별도의 트랙을 모색하고 있다.
5월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 외신은 "휴전 협상은 트럼프-시진핑 회담 전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요처가 중국이라는 점, 그리고 중국이 사실상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담은 단순한 양자 회담이 아닌 중동 전쟁의 향배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전쟁의 중재자로 파키스탄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전통적 강대국 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자리에 중동·아시아의 중견국이 들어선 것이다. 이는 G7 중심의 일극 외교 체제가 점점 더 다극화·다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질서의 재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2,000만~2,100만 배럴로,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0%에 달한다.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 당시 감축량(각각 약 450만 배럴/일, 480만 배럴/일)보다 훨씬 큰 규모다. 텍사스와 노르웨이 등 비중동 산유 지역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약 72달러에서 약 108달러로 40% 이상 급등했고, 시나리오에 따라 100~117달러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카타르 LNG 시설이 이란의 공격으로 향후 최대 5년간 약 17%의 생산 능력을 상실했다는 보도는, 단순한 단기 충격이 아닌 구조적 공급 차질의 시작임을 시사한다.
4. 한국 경제에 가해진 충격
한국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노출된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가 중동에서 오며, 수입 원유의 약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LNG 또한 약 20.4%가 중동에서 들어온다. 사실상 한국 산업의 동력원이 이 좁은 해협 하나에 매여 있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제조업의 평균 생산 비용은 약 0.71% 증가한다. 특히 석유제품 산업(6.30%), 화학제품(1.59%), 고무·플라스틱(0.46%)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의 나프타 수입에서 중동 비중은 약 34.4%에 달해, 정유·석유화학 원재료 수급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3월 3일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을 시작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리터당 가격이 300원 가까이 인상되며 '한탕주의' 가격 인상 논란까지 일었다. 서울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한국 유조선들은 호르무즈 해협 대신 홍해 우회 항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5월 3일에는 한국 유조선이 두 번째로 홍해를 통과한 사실이 보도됐다. 우회 항로는 운송 기간을 약 2주 이상 늘리고, 운송 비용을 50~80% 상승시킨다.
위기 속의 회복력
흥미로운 점은 현대경제연구원이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오히려 0.8%포인트 상향 조정해 2.7%로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란 전쟁이 2분기 중 협상 타결되며 피크아웃될 가능성, ▲추경의 적극적 집행,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GDP 실적, ▲수출 경기 호조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하반기 대외 불확실성 완화"라는 전제 위에 서 있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5.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외교·안보 딜레마
"한국, 작전 합류할 때 됐다" – 트럼프의 압박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호르무즈)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됐다"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는 대미 투자, 한미동맹 현대화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 가해지는 세 번째 거대한 압박이다.
청와대는 "국내법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정부는 미국 주도 호르무즈 연합체 참여를 "유력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세종연구소 분석은 이번 전쟁이 "국제규범에 어긋난 예방전쟁"이며 선제공격의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이 군사적 연합에 참여할 경우, 전후(戰後) 국제 사회의 평가와 한국 외교의 정당성 문제가 함께 따라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기조로 삼아왔다.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들기 압박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선택적 협력'과 '사안별 연대' 노선이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은 그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번 이란 전쟁 대응에서도 이재명 정부는 4월 3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 협력"에 합의했고, 인도네시아·인도 등과도 에너지·자원 협력을 확대했다. 미국 일변도가 아닌 다자적 접근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의도다.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한국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던진다. 기회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외교 공간이 열린다는 점이고, 위협은 한국이 배제된 채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 그리고 중동에 미국의 군사적 자원이 묶인 틈을 노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이나 신형 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할 가능성이다.
6.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
이러한 다층적 위기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국가 전략 차원의 다섯 가지 좌표를 제시한다.
①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
호르무즈 해협 95% 의존이라는 구조는 이제 '관리 가능한 리스크'가 아니라 '실현된 취약점'이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전략 비축유 확대, 원자력·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수소·SAF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다층적 전환이 시급하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 협력 강화와 해상풍력 확대는 이 맥락에서 다시 평가받을 만하다.
② 외교적 자율성 확보 – 동맹 안에서의 독자성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지만, 동맹이 자동적으로 한국의 모든 군사적 참여를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이번 호르무즈 작전 참여 요청 같은 사안에서, '국익 평가 → 국회 동의 절차 → 국제법적 검토'라는 명확한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③ 경제·통상의 다변화와 공급망 재설계
전쟁 후 '통상 전쟁의 격화 가능성'에 대비한 수출시장 다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같은 새 물류 통로에 참여하고, 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로의 수출·투자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안보·통상 위기 극복' 국정과제는 이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④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능동적 재가동
미·중·러가 중동에 몰입한 지금이 역설적으로 한반도 외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대국이 한반도에서 시선을 거둔 틈에 남북 간 직접 대화 채널 복원, 인도적 협력 의제 발굴, 북미 대화 시 남북 정상회담 연계 시나리오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이 한반도 의제의 주도권을 다른 누구에게도 양도해서는 안 된다.
⑤ 위기 상시화 시대의 사회적 회복력
가장 근본적인 좌표는 국내적 회복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강조하듯 "위기의 상시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충격을 막는 능력보다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에너지·식량·디지털·반도체 등 핵심 영역의 자체 회복력, 사회적 양극화 완화, 신뢰할 수 있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한국이 진정으로 강대국 게임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한 토대다.
7. 흔들리는 시대, 흔들리지 않을 좌표를 위해
이란 전쟁은 끝나도 그것이 만든 균열은 오래 갈 것이다. 트럼프식 강압 외교는 단기적 결과를 만들지 모르지만, 동맹의 자발적 지지와 국제적 정당성이라는 무형 자산을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 미국 헤게모니의 절대성이 흔들리는 시대, 어느 강대국 한 쪽에 운명을 맡기는 외교는 더는 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대한민국의 길은 결국 두 가지 축 위에 놓여 있다. 하나는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기둥을 굳건히 하되 그 안에서 자국의 판단과 가치를 분명히 표현하는 외교적 성숙함이다. 다른 하나는 에너지·기술·산업·외교 전 영역에서 다변화와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 전략으로 작동하려면, 단기 위기 관리와 중장기 구조 개혁을 동시에 끌고 갈 수 있는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란 전쟁이 던진 가장 큰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강대국의 충돌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은 이번 한 차례의 위기 대응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기의 상시화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어떤 좌표를 세우느냐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참고 자료
- 위키백과, 「2026 Iran war」, 「Timeline of the 2026 Iran war」, 「2026 Iran war ceasefire」
- CNN, 「Live updates: Trump says ceasefire with Iran on 'massive life support'」, 2026.5.11.
- Al Jazeera, 「Iran war updates: Trump claims 'not long' before war ends」, 2026.5.12.
- 산업연구원,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2026.3.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2026.3.
- 현대경제연구원, 「미-이란 전쟁 이후의 경제 전략을 생각하며(2026년 수정 경제 전망)」, 2026.5.
- Deloitte Korea, 「이란 전쟁 종료돼도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된다」, 2026.4.24.
- 삼일PwC, 「미국-이란 군사 충돌에 따른 한국 경제 및 산업 영향 점검」, 2026.4.
- 세종연구소, 「2026 미국 대외정세 전망」, 「이란전쟁은 국제규범에 어긋난 예방전쟁」, 2026.
-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주요 쟁점과 정책적 고려사항」, 202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