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6.06.02 (화)

  • 구름많음강릉 29.2℃
  • 맑음서울 30.9℃
  • 맑음인천 30.1℃
  • 맑음수원 30.2℃
  • 구름많음청주 28.8℃
  • 구름많음대전 28.7℃
  • 흐림대구 22.2℃
  • 구름많음전주 28.9℃
  • 울산 20.3℃
  • 창원 21.5℃
  • 구름많음광주 24.7℃
  • 부산 20.6℃
  • 흐림여수 22.0℃
  • 흐림제주 23.8℃
  • 맑음양평 29.7℃
  • 구름많음천안 27.4℃
  • 흐림경주시 21.0℃
기상청 제공

이슈·분석

노동의 가치를 묻다. 권력이 된 노조와 사라진 '연대의 본질'

 

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노동조합의 태동은 처절한 자기방어의 기록이었다. 자본의 거대한 파고 앞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비인격적인 대우와 저임금, 위험한 노동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뭉치지 않으면 부서질 수밖에 없던 시절, 노조는 약자의 유일한 방패이자 민주주의를 일터로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의 쟁의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는 과거의 뜨거운 지지 대신 서늘한 우려와 냉소가 섞여 있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덧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압박과 권력 행사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형 노조가 마주한 가장 뼈아픈 비판은 노조 자체가 이미 견고한 권력기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기업 내에서 노조는 경영진과 대등하거나 때로는 우월한 협상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 막강한 힘이 전체 노동자의 보편적 권익 향상보다는 조직 내부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데 집중될 때 발생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에서 벌어지는 쟁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꿈꾸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 체계를 전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안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귀족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노조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노동 가치'가 '집단 이기주의'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노조의 권력이 내부의 동료들에게 향할 때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원이나 노조의 투쟁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를 '배신자' 혹은 '무임승차자'로 낙인찍는 문화는 노조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다. 쟁의 참여를 강요하거나 비참여자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과거 자본이 노동자에게 가했던 탄압의 방식을 기괴하게 닮아 있다.

 

연대란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율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비노조원들을 압박하여 얻어낸 동력은 결코 건강한 투쟁의 에너지가 될 수 없으며, 조직 내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다. 노조는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횡포를 막아내는 보루여야 한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돌아보고, 내부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함이 동반되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가 단순한 임금 투쟁을 넘어 우리 시대 노동 운동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노조가 된 권력을 내려놓고 다시 낮은 곳의 연대로 돌아가야 한다. 동료를 적으로 돌리고 대중의 눈높이를 외면하는 투쟁은 결국 고립된 섬이 되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SNS TV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배너